뇌병변 장애인 어머니 둔 변호사가 청구
"휠체어 못 타는 장애인과 다른 장애인 차별"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
와상 장애인을 위한 설비 규정을 두지 않은 현행 교통약자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A변호사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대해 제기한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 자체는 위헌이지만, 국회가 대체 입법을 마련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현행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국가가 교통약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두고, 휠체어를 특별교통수단 기준으로 삼아 리프트와 기중기 등의 고정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의 정도가 중해 표준휠체어조차 탈 수 없는 와상 장애인을 위한 설비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뇌병변 장애인 어머니를 둔 A변호사는 2019년 10월 "와상 장애인을 위해 간이침대 등을 특별교통수단에 설치하도록 규정하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변호사 주장을 받아들여 "표준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고정설비 기준을 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결론 내렸다. 와상 장애인의 경우 특수설비 차량이 없으면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한데도 표준휠체어만을 기준으로 설비를 규정한 것은 와상 장애인과 다른 장애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이란 판단이다. 헌재는 또 "특별교통수단에 장착되는 휠체어 탑승설비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고정설비 안전 기준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해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제4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통해 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이유로 설비 규정 마련을 미뤄선 안 된다고 봤다. 헌재는 "일부 지자체에서 침대형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구조차량을 운행하려다가 안전 기준이 없어 중단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계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급한 안전 기준 제정 지연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규칙이 당장 효력을 상실하면 표준휠체어를 기준으로 하는 고정설비 기준에도 법정 공백이 생긴다"며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입법 개선 시한은 2024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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