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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출주도형 성장은 끝났다" 국책연구소의 묵직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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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출주도형 성장은 끝났다" 국책연구소의 묵직한 진단

입력
2023.05.25 15:30
수정
2023.05.25 15:32
20면
0 0

산업연구원 보고서
신(新)워싱턴컨세서스는 제2차 세계화 종언 선언
한국 민간소비 늘려 대비해야

지난달 2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앞으로 컨테이너 선박들이 입출항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지난달 2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앞으로 컨테이너 선박들이 입출항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한국 경제에서 수출주도형 성장은 사실상 끝났다는 진단을 내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2차 세계화가 실질적으로 막을 내렸고 미중 무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우리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25일 산업연구원의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2.8%로 세계교역 증가율(3.1%)보다 낮았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1990~2007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12.9%로 같은 기간 세계교역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연구원은 세계화를 "세계교역과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으로 소개했다. ①첫 번째 세계화는 19세기 후반~제1차 세계대전 사이 교통과 통신이 급격히 발달하며 이뤄졌다. ②두 번째 세계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등장하며 시작됐다. 연구원은 "제2차 세계화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진단을 내린 근거는 세계교역 증가율의 감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연평균 실질 세계교역 증가율은 3.1%로 금융위기 전인 1990~2007년(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구원은 "세계 GDP 대비 교역 비율은 (금융위기 후) 10여 년 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외 GDP 대비 대외직접투자 비율도 금융위기 이후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짚었다. 세계교역 증가율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는 미중 갈등은 심화되고 세계화를 통해 경제 패권을 쥔 미국은 동맹협력을 핵심으로 한 신(新)워싱턴 컨센서스를 제안한 상황이다. 연구원은 "신워싱턴 컨센서스는 미국 입장에서는 제2차 세계화의 종료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금융위기 후 한국 수출증가율...이전의 20% 수준

산업연구원 제공

산업연구원 제공



수출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를 더 뼈저리게 겪고 있다. 1990~2007년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2.9%에 달했지만 2013년부터 10년 동안은 2.8%에 불과했다.

자세한 수치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국내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2023년 1분기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2.43%로 경제성장률(2.45%)보다 낮다. 반면 1990~2007년에는 수출(연평균 증가율 13.2%)이 국내총생산(연평균 증가율 6.32%)을 이끌었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관련 특수가 있었던 기간을 빼면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1.89%로 경제성장률(2.88%)에 한참 못 미친다. 연구원은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친다면 수출주도형 성장이라고 부를 수 없다"며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더불어 한국 경제의 수출주도형 성장도 종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우리 교역환경이 더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한 국제 공조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수출의 성장기여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를 통해 민간소비와 수출이 성장을 함께 이끄는 체제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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