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 안 돼
'노후빈곤' 5~10년 내 대두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구조개혁 없이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3대(교육·노동·연금) 구조개혁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데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나온 얘기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저성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저는 이미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지목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다. 팬데믹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는 장기 저성장을 타개할 대책으로 구조개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운 것"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되다 보니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연금·노동문제에 대해 평소 느꼈던 답답함을 긴 시간 토로하기도 했다. 먼저 교육개혁에 대해 "고3 때 평생의 전공을 정하는 게 말이 되냐"며 "대학에 가서 (두루 경험해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각 학과의 정원을 공급자가 정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연금개혁은 "프랑스는 갈등은 크지만 시작이라도 했다"며 "우리는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센서티브(예민)하니까 모수(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를 빼고 하자는데 그건 '하지 말자'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저출산 문제에는 "이민이나 해외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임금체계를 어떻게 할 거냐 논의를 해야 하는데 진척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수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편의점 노동자의 일 처리 속도 등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경쟁력을 예시로 들었다. 또 "10년 전부터 의료산업의 국제화를 통해 서비스업이 발전해 왔다. 태국과 싱가포르에 가 보면 지역 의료 허브가 다 돼 있다"고 비교했다.
구조개혁 실패는 결국 재정·통화정책적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이날 자신의 발언이 한갓 장광설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돈 풀어서 해결하라',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하는데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재정과 통화정책은 단기적 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개혁에 실패할 경우 "5~10년 이내 '노후빈곤' 문제가 굉장히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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