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데뷔작으로 칸영화제 초청 김창훈 감독
"많은 분 노력 보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울어"
폭력 조기 가담 고교생 이야기... "범죄물 관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23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창훈(34) 감독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편데뷔작 ‘화란’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김 감독은 “초청 소식을 듣고선 혼자서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다행이다 싶었고, 항상 꿈만 꾸던 칸에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화란’을 위해 적은 예산(46억 원가량)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분들이 노력을 쏟은 데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화란’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고교생 연규(홍사빈)를 스크린 중심에 둔다. 탈출구를 찾던 연규가 지역 폭력조직에 몸을 담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133분 동안 이어진다. 한 소년의 방황과 고통을 지렛대로 우리 사회의 어둠을 들춰낸다. 송중기가 폭력조직 중간보스 치건을, 가수 비비로 널리 알려진 김형서가 연규의 이복동생 하얀을 각각 연기했다. ‘화란’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연규가 살고 싶은 이상적 국가로 생각하는 네덜란드의 음차이자 재앙과 난리를 뜻한다. '화란’은 김 감독이 2016년부터 준비한 영화다. 김 감독이 4개월 만에 쓴 시나리오는 지인을 거쳐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에게 전해졌다. 반신반의하던 김 감독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한 대표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 영화 제작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에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 되지 않을까.’ 우연히 시나리오를 접한 송중기가 출연하게 되면서 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7년 만의 결실이었다. 김 감독은 “송중기 배우가 참여한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의 꿈은 초등학생 때 정했다. 친구가 많지 않았던 김 감독은 비디오에 빠져들었다. 공룡을 좋아하기도 했던 그는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1993)을 보고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공룡이 살아 움직이는 걸 보고선 이걸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어머니에게 여쭈었고, 어머니의 대답은 “감독이 되어야지”였다. 김 감독은 “이후 한 번도 꿈이 변한 적 없고 계속 한 길만 달려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촬영했고 당연하게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감독이 되는 길은 험난했다. 김 감독은 “대학(동아방송예술대) 졸업 이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계속 글을 썼다”고 했다. 그는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모텔에서 일해 봤고, 콜센터에서도 일했으며 페인트칠도 해 보고 집도 지었다.” 아르바이트의 조건은 두 가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생활비 확보가 동시에 가능한 일이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시나리오 작업에만 10년을 매달렸다. “몇몇 시나리오를 쓰고도 (제작 작업이) 잘 안돼서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를 생각하며 ‘화란’을 홀린 듯이 썼습니다. 이것 외에도 완성된 시나리오가 여럿 있습니다. 제가 범죄에 관심이 많아 당분간은 범죄에 대한 영화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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