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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순직 군경 유족도 국가에 배상청구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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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순직 군경 유족도 국가에 배상청구 가능해진다

입력
2023.05.24 18: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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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홍정기 일병 사건' 계기… 법령 정비 나서
군에서 자녀 잃은 유족 정신적 고통 위자료
미필 남성 취업가능기간에 복무기간도 포함
한동훈 "병역 의무로 불이익 받는 제도 개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사·순직 군경 유족에게 국가배상금 소송 청구의 길을 열어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이중배상 금지 원칙에 따라 유족의 소송 청구가 불가능했다. 또 군미필자인 남성의 국가배상금을 산정할 때 여성과 동일하게 예상 군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산입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병역 의무 이행은 시민과 국가를 위한 봉사이자 희생으로 존경받고 보답받아야 마땅함에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제도들을 찾아 개선하고자 한다"며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달 25일부터 7월 4일까지 입법예고된다.

국가배상법 개정안은 전사·순직 군경 유족들이 국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사·순직)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법은 군경이 전투·훈련 중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었을 때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을 경우,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중배상금지 원칙을 규정한 해당 조항은 한국전쟁·월남파병으로 전사·공상자들의 국가배상소송이 폭증함에 따라 1967년 국가배상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 전사·순직 군경의 권리와는 별개라는 점에서 이를 봉쇄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자법에선 유족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를 고려하고 있지 않아, 별도로 청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엔 고(故) 홍정기 일병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 8월 입대 후 건강이 악화된 홍 일병은 이듬해 3월 군 병원에 외진을 가던 중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의한 뇌출혈로 판정됐고, 유족은 군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2019년 3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올해 2월 화해권고를 결정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동훈 장관은 "국가배상법에 명문 규정이 있으면 유족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해 화해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으나, 법률이 바뀔 필요가 있고 그럴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군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의 정신적 고통은 고인과는 별도로 고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 부칙엔 소송 중인 사건에도 바뀐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법무부는 또 국가배상금 산정에서 병역 의무 대상인 남성의 취업가능기간에 군복무기간을 포함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손질하기로 했다. 군미필 남성과 여성이 동일 사건에서 국가 과오로 피해를 입고 국가배상을 청구한 경우, 군복무 예정기간이 사고로 잃게 되는 장래소득 일실수입 산정에서 제외돼 배상금이 적게 책정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 장관은 "병역 의무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헌법위반 소지가 있고, 그 자체로 정의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불합리한 제도를 찾아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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