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기득권 타파' 명분 대의원제 폐지해야
비명 "민심과 괴리된 개딸과의 결별 필요"
쇄신·혁신 명분 삼아 친명·비명 주도권 경쟁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으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논의가 계파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 과제로 내세운 친이재명계 인사들과 김 의원 징계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강경 지지층들의 도 넘은 행태와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비이재명계 인사들의 주장이 충돌하면서다
'대의원·컷오프 폐지'… 당심 반영 명분
친명계이자 강경파인 안민석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대의원·컷오프 폐지하고 혁신위원회에서는 현역을 배제해야 한다"며 "비민주적인 대의원제를 없애지 못한 이유는 당내 계파 기득권 때문이고, 중앙위원 컷오프 역시 계파 기득권 정치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민형배 의원과 원외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당 혁신행동'이 대의원 폐지와 선출직 중앙위원 컷오프제 폐지를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의 주장은 당내 지도부 선출 등에서 '당심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 선거에서는 대통령도 한 표, 일반 국민도 한 표, 재벌총수도 한 표, 서민도 한 표를 행사하는데, 왜 민주당에서는 당원은 1표, 대의원은 100표를 행사하느냐"고도 했다.
중앙위원 컷오프 폐지 주장도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원의 과다대표성을 겨냥한 것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이 주도하고 있는 혁신위는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예비경선과 관련해 '중앙위원 50%+권리당원 50%' 비율 반영을 주장했지만, 전대 예비경선에선 '중앙위 70%+국민 여론조사 30%' 비중으로 최종 경선후보를 뽑았다.
'전국정당' 걸림돌… 숙의 대신 개딸 입김 우려
당심을 충분히 반영하고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명분에도 이들의 주장에 대한 당내 시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강경파 인사들이 이 대표 지지층들의 팬덤에 기대어 원내 진입이나 지도부 진출을 노리기 위한 룰 변경 시도로 보기 때문이다. 강성 지지층에 당의 주요 의사결정이 좌우될 경우, 김남국 사태 대응에서 보듯 당이 민심과 괴리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비명계는 이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외연 확장을 명분으로 삼아 이 대표에게 강성 지지층과 결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던 비명계 의원들은 물론 청년 정치인들에게까지 폭언과 욕설을 담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욱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에서 "우리가 '조국의 강'에서 건너지 못한 것은 당시 강성 팬덤의 영향력 때문인데, 지금 '김남국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대의원제 폐지가 민주당의 전국정당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37.3%)과 호남(35.7%)의 권리당원 비중은 영남(7.5%) 권리당원의 10배에 가깝다. 각 지역위별 배분되는 대의원제는 이러한 차이를 보정해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폐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은 이유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민주당은 대의원제, 중앙위 등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발전해 왔고, 대의원제가 영·호남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도 했다"며 "비중 조정은 논의할 수 있지만 폐지는 당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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