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팀이 재활용 시설 폐수 검토해보니
시설 들어오는 폐기물 13%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80% 이상이 적혈구 절반 크기...강·바다로 유출
플라스틱 재활용은 100% 친환경적일까.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활용 공정 중 발생하는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물과 공기를 통해 퍼져 환경을 해칠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캐나다와 스코틀랜드 연구팀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대책' 재활용 시설의 배신
캐나다 프런티어해양연구소와 스코틀랜드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 합동 연구팀은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이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방출할 가능성과 개선 방안’이란 제목의 논문을 쓰면서 영국의 한 첨단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을 조사했다. 이 시설에서 방류한 폐수에선 미세 플라스틱이 연간 약 2,950톤꼴로 나왔다. 이 시설이 처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13%에 달하는 양이다. 플라스틱의 87%를 재활용하는 대가가 상당히 크다는 뜻이다. WP는 “같은 시설의 공기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대량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은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폐기물을 잘게 썰고 녹인 뒤 새 플라스틱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간과됐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에리나 브라운 스트라스클라이드대 교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혈구 절반 크기' 플라스틱 검출..."새로운 환경 기준 마련해야"
연구팀은 같은 재활용 시설에 미세 플라스틱 여과기를 설치해 봤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과기를 통과한 미세 플라스틱은 연간 1,361톤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과기가 1,589톤만 걸러낸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폐수를 타고 강과 바다에 유입된다. 이 시설에서 나온 폐수 1㎥ 당 750억 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80% 이상이 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초미세 플라스틱이었는데, 이는 인간 적혈구 직경의 절반만 한 크기다.
시설 실내외 공기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의 61%는 크기가 10㎛ 미만이었다. 이는 호흡을 통해 폐에 축적될 수 있는 먼지의 최대 크기(16.8㎛)보다 작아서 치명적일 수 있다. 브라운 교수는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에 5㎛ 미만의 여과기를 설치하거나, 시설 노동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환경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해양보호단체인 ‘오션 컨서번시’의 안야 브랜던 정책부국장은 “(세계 재활용 시설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문제인지를 조사해야 한다”며 “미국만 해도 대부분의 플라스틱 관련 규제가 수십 년 전 표준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이번 논문을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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