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판 기념 강연
"대한민국 안팎 위험 직면...정부, 대처·관리 책임"
민주당 등 정치권 겨냥 "혁신...알에서 깨라" 주문
“지금 정부가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를 부정하고 백지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5월이 지나면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될 텐데 그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아직까지 못 들었다. 왜 그렇게 태평한가.”
“주요 정당들은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한다.”
1년째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한국 귀국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 한국학연구소에서 열린 저서 ‘대한민국 생존 전략-이낙연의 구상’ 출판기념회 강연과 특파원 간담회에서 외교안보와 국내 정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지난 1년간 이 대학 방문연구원으로 미국에 머무른 이 전 총리가 6월 독일을 거쳐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가진 마지막 언론 접촉 자리였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정책 비판
이 전 총리는 먼저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와 진행한 대담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안팎의 위험에 직면했다”며 “불안하게 지켜왔던 평화와 번영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인다는 지적이었다.
이 전 총리는 “미중이 전략경쟁을 하는 것이나 국제질서가 매우 불안정한 것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은 아니지만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해야 하는가는 정부의 책임”이라며 “(현 정부가) 그 후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ㆍ감청 의혹과 관련, “정보기관에 대한 도청을 미국이 시인하고 사과까지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괜찮다’, ‘악의에 의한 도청은 아닐 것’이라고 두둔했다는 것은 국민들께 상당한 정도의 낭패감을 줬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권에 따라 (정부의 대북) 정책이 ‘동전 뒤집기’처럼 엎치락뒤치락한다면 남북관계에 축적이 생길 수 없고 북한 입장에서는 상대를 신뢰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안타까움도 표했다.
미국에는 '열린 동맹' 강조
또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과 관련, ‘구성의 모순’을 지적했다. “한 부분을 놓고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다 합치면 이상해지는 일들이 반복된다”라는 것이다. 한일관계 개선 추진이 그렇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역사 청산을 요구해온 것이 마치 잘못된 것인 양 대통령이 국민에게 발언하는 것이 국민에게 크나큰 혼란을 줬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이 전 총리는 ‘열린 동맹’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유지하려는 한국인들의 의지를 신뢰하면서 안보나 새로운 기술 개발 등에선 한국과 충분히 협력하되 경제관계 유지 등의 분야에선 (한국이) 중국과의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통일된 목표 잃었다"...정치권 지적
정치권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고,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잃고 있다”며 “이것을 빨리 바로잡아서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노력의 결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또 “주요 정당들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하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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