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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새 운행횟수 37% 줄어든 마을버스...운송원가 인상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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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새 운행횟수 37% 줄어든 마을버스...운송원가 인상이 답?

입력
2023.05.23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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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승객 및 수입금 28% 감소
인건비·유류비 상승으로 적자 눈덩이
업체 "운송원가 인상 필요하다"

20일 서울 시내 마을버스에 '마을버스 살리자'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 시내 마을버스에 '마을버스 살리자'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직장인 남모(46)씨는 올해 초부터 출퇴근 때 마을버스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늘어난 데다 그마저도 들쑥날쑥해 출퇴근이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지하철로 갈아탄 것이다. 남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을버스로 15분이면 직장까지 출퇴근이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기다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30분 넘게 걸린다"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많이 걸어야 해서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출근길부터 땀을 많이 흘릴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마을버스 승객 수 28.6% 감소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하던 서울시 마을버스의 운행 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승객 수가 급감하면서 운송수입이 줄어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버스기사 이탈 등 인력난까지 겹친 업계가 운행횟수를 대폭 줄이면서 시민 불편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마을버스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마을버스 승객 수는 3억534만 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4억2,702만 명)과 비교해 28.6%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마을버스 수입금도 27.6%로 줄었다. 반면 인력 이탈로 인건비가 오르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류비까지 급등하면서 마을버스업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서울시가 지원한 적자업체 수는 전체 139개 업체 중 84%인 118개에 달한다. 김문현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은 “139개 업체의 누적 적자가 1,717억 원이 넘는다”며 “업체당 적자가 12억 원 이상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적자가 늘면서 마을버스업체들은 운행횟수와 운행대수를 대폭 줄였다. 현재 서울 전체 마을버스 노선 250개 중 196개 노선에서 운행횟수가 최대 37%나 줄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마을버스 노선이 가장 많은 서초구에서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는 “마을버스 승객의 70% 이상이 지하철이나 버스 등 환승을 위해 탄다”며 “환승 승객의 경우 태울수록 오히려 적자가 나 운행대수를 줄였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마을버스업체들은 적자가 발생해도 각 자치구의 인가 없이는 노선을 폐지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재정난에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마을버스 기사들의 이탈과 고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3,496명이었던 마을버스 기사 수는 지난해 2,756명으로 21%가량 줄었다. 5년째 강북구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이모(67)씨는 “한 달에 24일 운행하고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월급 265만 원을 받는다”며 “젊은 사람들은 월급이 400만 원 넘는 시내버스로 이직하고 60세 이상 기사들만 주로 운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마을버스 연간 승객 수.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 마을버스 연간 승객 수.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시 마을버스 재정지원 495억원...요금 300원 인상 적자 해소될까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송원가 현실화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체 입장이다. 마을버스 재정지원 운송원가는 2019년 이후 버스 1대당 45만7,040원으로 책정됐다. 이 금액보다 적자가 나면 시가 지원금을 투입해 최대 23만 원까지 보전해준다. 서울시의 마을버스 적자업체 지원금은 2019년 192억 원에서 지난해 495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운송원가를 51만5,842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운송원가를 올리면 한정된 재원으로 각 업체에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며 “하반기 버스요금 인상으로 다소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8월부터 마을버스 요금을 교통카드 기준 900원에서 1,200원으로 300원 인상할 계획이다.

요금 할인율 차등 적용 등 운영방식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원가 아래로 요금을 책정하고 세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요금을 현실화하고 늘어난 부담을 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을버스 적자업체 지원 현황.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 마을버스 적자업체 지원 현황. 그래픽=김대훈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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