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동성애 단체들 '플로리다 경계령'
"디샌티스, 반(反)소수자 전쟁 노골적"
한 해 1.4억 명 찾는 최대 관광지 영향 주시
미국의 인권단체들이 "유색 인종과 성소수자에 적대적"이란 이유로 플로리다주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노골적인 반(反)소수자 정책을 밀어붙이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를 향한 일종의 경고다. 보수 유권자 결집을 위해 디샌티스 주지사가 불붙인 '문화전쟁'이 플로리다 경제를 떠받치는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최대 흑인 인권운동단체 '전미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20일(현지시간)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는 흑인과 유색 인종, 성소수자(LGBTQ+)에 공개적으로 적대적"이라며 여행주의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NAACP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겨냥한 노골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기본적 자유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과 동성애자 권리 단체인 평등 플로리다(EF)도 "플로리다의 정책은 여행자들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동참했다.
미 국무부가 위험 지역에 내리는 여행 경보 형식을 빌려 플로리다 여행을 막아선 건 디샌티스 주지사의 잇따른 반소수자 정책들 때문이다. 미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그는 소수자 정책에 대해 극우적 입장을 견지하는 '문화전쟁'을 통해 보수 유권자 결집을 노린다.
지난해 3월 일선 학교에서 성정체성 교육을 금지한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게이라고 말하지 말라)'법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고교의 대학 학점 인정 선이수 과목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를 주내 공립학교에서 허용하지 않기로도 했다. 최근엔 '돈 세이 게이' 법을 비판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역사회는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플로리다는 '선샤인 스테이트'(태양빛이 강렬해 1년 내내 따뜻한 주)란 별칭에 걸맞게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지난해 플로리다를 찾은 관광객은 1억4,000만 명에 달했다. 2019년 관광으로 벌어들인 돈만 988억 달러, 한국 돈 130조 원에 이른다. NAACP의 발표 이후 플로리다 도시의 민주당 소속 시장들이 "(우리 도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환영한다"며 디샌티스 주지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것도 플로리다에서 관광이 갖는 중요성과 무관치 않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오는 25일 공식 대선 출마를 앞둔 상황에서 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갈등은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 뉴욕타임스는 "인권단체들의 이번 조치가 실제 플로리다 관광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라면서도 "디샌티스가 문화전쟁으로 지지율을 올리려는 경향이 큰 만큼 충돌도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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