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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지옥체험부터 배그 총격전·카트 레이싱까지…'현실' 된 게임 세계 들어가보니

입력
2023.06.0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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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디아블로Ⅳ 체험존 마련
지하철역 활용 "게임 세계 구현"
배그·카트라이더는 롯데월드 어트랙션 만들어

블리자드가 19일 서울지하철 영등포시장역에 마련한 디아블로Ⅳ 체험존. 송주용 기자


진짜 지옥 같네요. 디아블로 세계에 다녀온 기분입니다.


서울지하철 5호선이 달리는 영등포시장역. 개찰구를 나와 4번 출구 쪽으로 향하자 '임시현장상황실 출입구'라는 수상한 푯말이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장을 빼입은 세 사람이 신원확인서와 집 주소, 비상연락망까지 받아냈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잠시 뒤 몇 사람이 더 수사본부로 모여들자 건장한 체격의 특수요원들이 뛰어들어왔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최근 이곳에서 이상한 괴물체가 나타나거나 사람이 없어지는 등 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지하 공간으로 이끌며 "대체 어떤 상황인지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지하실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새까만 지하철역 입구로 내려가는 순간 '지옥문'이 열렸다.



디아블로Ⅳ 체험 공간을 찾은 참가자들이 안내 요원들과 함께 지하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상한 사건을 수사했다. 송주용 기자



지하철역에 열린 '지옥문'


디아블로Ⅳ 체험존 모습. 음산한 배경음악과 공중에 떠 있는 원형 불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블리자드 제공



한편의 스릴러 영화 같은 이곳은 게임사 블리자드가 문을 연 '디아블로Ⅳ' 체험존이다. 31일 회사 측에 따르면, 6월 6일 게임 출시를 앞두고 게이머들이 직접 게임 세계관 속으로 들어가 작품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해당 공간을 마련했다. 이름도 천상과 지옥의 대결이라는 게임 스토리를 담아 헬스테이션(Hellstation)으로 지었다. 등장하는 상징물이나 음악, 조명은 곧 공개될 게임과 연결돼 있다.

미리 지급받은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 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지하로 내려가자 불빛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어두운 통로가 이어졌다. 통로 귀퉁이를 돌아 나가자 눈을 질끈 감을 정도로 무서운 현장이 나타났다. 마치 이단 종교의 주술 같은 낙서가 벽에 가득했고 칼 꽂힌 마네킹은 등골을 서늘케 했다. 수사본부에서 집 주소와 비상연락망까지 받아간 이유를 알 만했다.

현장을 한참 둘러보던 순간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리자 요원들이 참가자들을 대피시켜 지상 공간으로 이끌었는데 마치 진짜 현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긴장감에 참가자들은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30대 남성 참가자는 상기된 표정으로 "게임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고, 한 여성 참가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게임 속 장면들을 잘 만들어놨다"고 평가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 공간이 게임 분위기와 잘 맞았다"며 "새로운 체험을 하길 원하는 젊은 게이머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90분 줄 섰던 배그·카트라이더 어트랙션


5일 롯데월드에 개장한 배틀그라운드 어트랙션. 팀원들과 총격전을 펼치며 미션을 수행하는 설정이다. 송주용 기자


게임을 현실로 끌어올린 공간은 또 있다. 게임사 크래프톤과 넥슨이 롯데월드에 인기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와 카트라이더를 테마로 한 어트랙션(체험놀이공간)을 만들었다. 지난달 19일 두 어트랙션은 소풍을 나온 중고등학생들과 초등학생, 외국인, 어른 등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로 1시간 30분 이상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린이날에 문을 연 배그 체험 공간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는 약 727㎡ 규모다. 다른 참가자들 십여 명과 함께 팀을 이뤄 총격전을 펼치고 적을 소탕해야 한다. 기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외국인 가족과 한 팀이 됐다. 시작은 비행기에 탄 뒤 바다로 추락하는 설정이었는데 요란한 경고음과 매캐한 연기, 흔들리는 비행기 진동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안내에 따라 이동한 곳은 적군과 교전을 벌이는 시가지였다. 참가자들은 1·2층으로 나눠 올라가 적을 향해 끊임없이 총을 쐈다. 적을 소탕한 참가자들은 자동차 역할을 하는 의자에 올라타 3차원(3D) 안경을 착용했는데 차량이 바다로 추락하는 순간 의자가 크게 흔들리자 여기저기서 "으악" 하는 비명까지 터져 나왔다. 한 차례 더 숨 막히는 총격전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각자 얼마나 많은 적을 소탕했는지 확인하고 퇴장했다.

카트라이더 어트랙션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약 1,983㎡ 크기로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간단한 안전 교육 후 8명씩 게임 속 카트를 몰고 트랙을 세 바퀴 돌 수 있었다. 게임을 상징하는 바나나 껍질과 물풍선, 배경음악(BGM) 덕분에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기분이었다.

카트에 앉아 출발 신호를 기다리다 페달을 밟자 시속 8㎞ 속도로 차가 나갔고 어린이들도 충돌이나 정체 없이 운전을 즐겼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카트 속도를 시속 18㎞까지 올렸다. 친구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탄 고등학생 A씨는 "게임처럼 물풍선도 던져 보고 싶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배그 어트랙션 팀원들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추락하자 하얀 연기가 새어 나왔고 덜컹이는 진동이 심하게 느껴졌다. 송주용 기자



인기 게임, 현실 찢고 나온 이유는


롯데월드 카트라이더 어트랙션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모습. 오른쪽에 인기 캐릭터 배찌가 보인다. 송주용 기자


게임사들은 왜 인기 작품들을 가상 공간에서 현실로 끌어올린 걸까. 첫 번째 이유는 ①치열해진 경쟁에서 나온 절박함이다. 세 게임 모두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크게 히트한 대박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디아블로는 1996년 처음 한국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17년째 사랑받고 있는 롤플레잉게임(RPG)이다. 하지만 최근 RPG 게임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규모 다중 온라인(MMO)RPG로 진화했고 리그오브레전드(LOL), 오버워치, 배그 등 쟁쟁한 경쟁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쟁 상대가 수없이 많아진 상황은 카트라이더나 배그도 마찬가지다. 한때 '초중고생 중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평가를 들었던 카트라이더는 2004년 공개 이후 19년 만에 서버를 종료하고 '드리프트' 시리즈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②수준 높은 대작 게임을 접해온 게이머들의 기준과 눈높이도 높아졌다. 예전처럼 단순히 게임 스토리를 알리고 그래픽 수준을 자랑하는 마케팅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소비자가 직접 게임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체험 공간은 그 자체로 게임 마케팅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IP 활용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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