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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천만 감독 윤제균 김용화가 칸에 뜬 이유

입력
2023.05.22 12:50
수정
2023.05.22 14:04
0 0

편집자주

칸국제영화제를 10번째 취재 중인 라제기 영화전문기자가 칸에서 극장 안팎 이야기를 전합니다.

김용화(왼쪽부터) 감독과 배우 주지훈, 이선균, 김희원, 김태곤 감독이 22일 오전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공식 상영회에서 레드 카펫을 밟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뉴스1

김용화(왼쪽부터) 감독과 배우 주지훈, 이선균, 김희원, 김태곤 감독이 22일 오전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공식 상영회에서 레드 카펫을 밟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뉴스1

“와, 멋지다, 멋져.”

22일 오전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김용화 감독이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한국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공식 상영회에서였습니다. 턱시도 또는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자신과 일행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표시했던 겁니다.

‘탈출’은 김 감독 연출작이 아닙니다. ‘굿바이 싱글’(2016)로 관객 210만 명을 모았던 김태곤 감독 신작입니다. 이날 상영회에는 윤제균 감독이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윤 감독과 김용화 감독은 4명(봉준호ㆍ최동훈 감독 포함)밖에 없는 ‘쌍천만 감독’에 속합니다.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 ‘신과 함께: 죄와 벌’과 ‘신과 함께: 인과 연’(2018)으로 1,000만 관객을 2차례씩 동원했습니다. 두 ‘쌍천만 감독’이 15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선 ‘탈출’ 상영회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칸영화제 공식 상영회 모습.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칸영화제 공식 상영회 모습.

‘탈출’의 제작사는 블라드스튜디오입니다. 김용화 감독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탈출’은 블라드스튜디오 창립작입니다. 김 감독은 제작자 자격으로 이날 레드 카펫을 밟은 겁니다. 윤 감독 역시 ‘탈출’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블라드스튜디오는 2021년 CJ ENM스튜디오스에 지분이 인수돼 자회사가 됐습니다. 윤 감독은 CJ ENM스튜디오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자회사 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영예를 누렸으니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상영회를 찾은 겁니다. 윤제균 감독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응원 차원에서 칸영화제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윤제균, 김용화 감독이 칸영화제를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제균 감독은 제작사 JK필름을 통해, 김용화 감독은 또 다른 영화사 덱스터스튜디오를 통해 제작자로 활동해 왔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든 제작자로든 칸영화제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탈출’이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입니다.

윤제균(맨 왼쪽) 감독과 김용화(맨 오른쪽) 감독이 22일 오전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탈출' 공식 상영회가 끝난 후 관객 기립박수에 호답하고 있다. CJ ENM 제공

윤제균(맨 왼쪽) 감독과 김용화(맨 오른쪽) 감독이 22일 오전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탈출' 공식 상영회가 끝난 후 관객 기립박수에 호답하고 있다. CJ ENM 제공

김용화 감독은 ‘탈출’ 제작에 적극 관여했습니다. 김태곤 감독이 ‘정부가 비밀리에 실험하던 군견이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시나리오에 살을 붙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대교에서 짙은 안개가 끼면서 사고가 벌어진다는 아이디어 등이 추가됐습니다. 20일 칸에서 만난 김 감독은 “제 시나리오를 고쳐 쓰면 보통 3주 걸리는데, ‘탈출’은 4주가 소요됐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 밝혔습니다. 감독 출신 제작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셈입니다.

김용화 감독은 주지훈 캐스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신과 함께’ 1, 2편에 출연했던 주지훈은 김용화 감독 옆집 이웃입니다. 종종 함께 산책하고 커피를 마시는 사이인데, 어느 날 산책 중 ‘탈출’ 이야기가 나왔고, 그 자리에서 주지훈은 출연을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감독 출신 제작자는 제작에만 종사해온 다른 제작자들과 다릅니다. 감독의 상황과 심정, 처지 등을 두루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의 입장을 너무 잘 안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감독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으나 지나치게 연출에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진 감독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요즘처럼 한국 영화 위기설이 나돌 때일수록 후진 양성이 중요합니다. 두 ‘쌍천만 감독’의 칸 입성이 한국 영화 인재발굴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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