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그릇에 두 개의 음식이 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릇 위의 두 음식이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간혹 ‘맛’ 역시 좋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엇이든 하나로 섞어내는 행동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긴 역사, 그리고 수 많은 행적을 남겨 온 이들은 간혹 이러한 도전을 이어가며 소비자,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오늘의 주인공,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맥라렌(McLaren)’이 선보인 GT 또한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담아내고자 했던 존재이다.
과연 맥라렌 GT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최근 맥라렌의 스포츠카들은 롱테일 등의 일부 사양을 제외한다면 날렵한 외형과 컴팩트한 차체로 기대감을 더한다.
그러나 GT는 사뭇 다른 체격을 자랑한다. 실제 4,683mm의 전장이나 2,675mm의 휠베이스 등은 여느 맥라렌보다 더욱 길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물론 각각 2,095mm와 1,213mm의 전폭과 전고는 여전해 ‘맥라렌’의 실루엣을 능숙히 드러낸다. 참고로 GT의 공차중량은 1,530kg다.
여유를 담아낸 맥라렌 GT
우리의 기억 속 맥라렌은 언제나 예리하게 다듬어진 도검과 같았다. 가볍고, 날카롭고,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GT는 차량이 추구해야 할 ‘속성’에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진 만큼 더욱 유려한 차체로 독특함마저 자아낸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맥라렌 고유의 이미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전면에서는 맥라렌 특유의 날렵한 프론트 엔드, 스포티한 바디킷은 물론이고 엠블럼을 떠올리게 하는 곡선의 헤드라이트가 시선을 끈다. 특히 시승 차량의 경우에 붉은 차체가 검은색 바디킷과 대비를 이뤄 더욱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여기에 낮은 보닛 라인과 A필러부터 차체 후면까지 길게, 그리고 곡선으로 그려진 루프 라인은 맥라렌의 ‘기술적 욕심’을 드러낸다. F1 무대부터, 그리고 다양한 모터스포츠 활동에서 얻어낸 ‘공기역학’에 대한 이해인 셈이다.
더불어 차체 곳곳에는 맥라렌 특유의 입체적인 연출이 어우러지며 폐쇄된 엔진에 시원한 공기를 전해줄 ‘통로’가 곳곳에 자리한다. 이와 함께 거대한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 등이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한다.
후면에서는 다시 한 번 맥레란 고유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각지고, 직선적인 연출 대신 특유의 곡선을 강조한 차체 구조, 그리고 맥라렌의 레터링과 마치 얇은 눈썹처럼 그려진 리어 램프 등이 시선을 끈다. 물론 고성능 모델인 만큼 거대한 머플러 팁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쾌적한 일상을 위해
고성능, 그리고 여유로운 투어러를 지향한 만큼 GT의 실내 공간은 여느 맥라렌보다 더 여유롭게 구성됐다.
맥라렌의 차량 개발 기조, 그리고 ‘기반’으로 인해 실내 공간이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분명 ‘일반적인 맥라렌’ 대비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가죽의 색상마저도 한층 밝게 구성되어 ‘차량의 성격’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맥라렌 고유의 스티어링 휠과 깔끔하게 다듬어진 센터페시아 등이 시선을 끈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세로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차량을 이용하며 사용할 여러 기능이 실용적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조작성도 나쁘지 않아 전반적인 만족감이 준수하다.
이와 함께 일상, 그리고 긴 여정에서도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바워스 &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차량 가치를 더한다.
스포츠카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시트, 그리고 맥라렌 특유의 섀시 구조 등이 마련된 공간은 ‘넉넉하다’라고 말하기엔 분명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2인승 모델로는 준수한 거주성을 갖췄고, 시트 역시 다양한 상황에 맞춰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더불어 글래스 루프를 더해 실내 공간의 개방감, 그리고 시각적인 여유를 더해 ‘GT’라는 이름에 무척 어울리는 모습이다.
GT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골프백’을 탑재할 수 있는 슈퍼 스포츠 모델이라는 점이다. 실제 프론트 보닛 아래에 150L, 그리고 시트 뒤쪽으로 길쭉하게 구성된 공간에 420L의 여유가 더해져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엔진룸 바로 위로 공간을 마련한 만큼 ‘엔진 열’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620마력의 심장을 품다
맥라렌은 GT에게 차량의 컨셉, 그리고 도로 위에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매력적인 파워 유닛을 부여했다.
실제 맥라렌 720S에 적용됐던 V8 4.0L 바이터보 엔진을 새롭게 조율해 620마력과 64.2kg.m의 토크를 갖췄으며 7단 SSG 듀얼 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조합해 보다 강렬하면서도 여유롭고, 또 쾌적한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GT는 정지 상태에서 단 3.2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 역시 넉넉하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8.4km/L로 체급, 출력 등에 비해 무척 우수한 편이다.
대담하지만 부드럽게 달릴 수 있는 맥라렌
F1 마니아, 모터스포츠 팬이 아니더라도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맥라렌’이 어설픈 달리기 실력을 갖췄거나, 혹은 주행 성능을 과장할 정도의 브랜드는 아님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GT는 그 자체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낮게 깔린, 너무나 맥라렌다운 시트와 스티어링 휠, 드리고 드라이빙 포지션 등은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다만 시트 뒤쪽으로 길게 이어진 차체, 이를 이용한 적재 공간을 보는 순간 머리 속은 더욱 혼란스럽다.
제원에서 알 수 있듯 GT는 ‘달리기 성능’을 제대로 갖춘 차량이다. 어지간한 슈퍼 스포츠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620마력과 64.2kg.m의 토크는 탁월한 가속력을 ‘보증’하는 든든한 보증인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말 그대로 대담하고 선굵은 드라이빙을 뽐낸다.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과 함께 강력한 출력을 과시하며 도로 위를 질주한다. 발진 가속, 추월 가속 그리고 출력을 앞세워 이어가는 고속 주행 등 어떤 상황에서도 ‘출력의 부족함’으로 인한 어려움은 드러내지 않는다. 되려 우렁찬 사운드로 ‘감성’을 자극할 뿐이다.
여기에 합을 이루는 7단 SSG 듀얼 클러치 변속기 역시 부족함이 없다. 슈퍼 스포츠에 걸맞은 빠른 변속 속도, 그리고 변속 후 출력의 전개, 변속기의 반응성 등 모든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가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버튼식 기어 시프트 패널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게다가 주행을 시작한 후에는 스티어링 휠 뒤의 시프트 패들로 언제든 적극적인 주행 개입, 그리고 즐겅무을 추구할 수 있다.
이렇듯 강력한 성능, 그리고 폭력적인 성격을 갖췄지만 막상 GT의 움직임은 제법 상냥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실제 도심의 도로 위에서 GT는 강력한 성능을 능숙히 숨기는 모습이다. 여러 제어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출력 전개도 능숙히 억제해 한층 여유로운 주행을 돕는다.
물론 차량의 성격 상 노면에서 발생되는 스트레스에 대해 능숙하게 혹은 여유롭게 대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차량의 성능, 그리고 실질적인 ‘주행 관련 수치’ 등에 비한다면 분명 ‘일상 속 차량’으로 가능성을 입증한다.
덕분에 도심, 그것도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장시간을 주행하더라도 ‘차량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맥라렌이 서로 다른 매력을 능숙히 조화시킨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GT가 가장 돋보이는 순간은 ‘달리는 순간’이다. 주행 관련 조율을 스포츠, 트랙 등으로 바꾸면 언제든 대담하고, 극적인 주행을 해낼 수 있을 정도의 견고한 차체와 기민한 일체감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슈퍼 스포츠 모델 대비 전장이 길고 휠베이스가 긴 편이라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 가볍고, 다루기 좋고, 완성도 높게 구성된 하체를 활용해 거침 없는 주행을 언제든 구현할 수 있다.
좋은점: 여유를 더한 매력적인 퍼포먼스
아쉬운점: 다소 모호한 컨셉에서 오는 어색함
능숙한 조화를 이룬 슈퍼 스포츠
맥라렌 GT는 말 그대로 일상의 차량과 슈퍼 스포츠라는 두 개의 과제를 하나의 그릇에 능숙히 담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어떤 슈퍼 스포츠 모델보다 독특하며 ‘합리적인 존재’일지 모른다.
이러한 특성으로 일부 아쉬운 모습, 그리고 또 어색한 순간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이며 강렬한, 그리고 ‘활용성’을 갖춘 차량을 찾는다면 맥라렌 GT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