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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23.05.2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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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상가 매장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대구=연합뉴스

역사적으로 전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은 사회의 거대한 변화로 이어졌다. 14세기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인구가 급감하자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일할 수 있는 농노의 몸값이 올라갔다. 영주에게 종속됐던 농노들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게 됐고, 아예 도시로 떠나 상인과 수공업자가 되거나 자신의 땅을 경작하는 소작농·자작농이 되었다. 이런 변화는 중세 유럽을 지탱했던 봉건주의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8년 발생해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은 파시즘을 등장시킨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자 외국인 때문에 전염병이 유입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에 대한 혐오·분노가 훗날 나치 등 파시즘이 세력을 키우는 토양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3년여간 창궐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안긴 충격도 페스트나 스페인독감 못지않다. 수십억의 사람들이 자발적·강제적인 이동 제한을 경험했고, 촘촘하게 얽혀 있던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세계는 극심한 경기 침체에 직면했다. 실업과 빈곤 문제는 대다수 국가의 고민거리가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국가 간 이동과 교역이 정상화되고, 각종 경제 지표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중이다. 코로나19 감염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관리·예측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사람 간의 접촉은 비대면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비대면 활동에 기반한 온라인플랫폼이 급성장했다. 정보기술(IT) 역량의 개발·습득이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에게 중요해졌다.

아울러 사회안전망도 코로나19를 겪으며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은 취약계층을 위한 시혜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여겨졌으나, 감염병 대응 등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에 신속·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전 국민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다만 앞으론 공공의료기관이 단순 격리시설로 활용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중환자 진료 능력을 갖추도록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

소득보장 정책 역시 과거에는 고령층 등 경제활동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 대상이 사실상 전 국민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소득 상실·감소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거의 모든 계층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다음 달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면 사실상 엔데믹(풍토병화)에 돌입하게 된다. 코로나19와 작별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보는 게 맞겠다. 사스(2002년) 신종 인플루엔자(2009년) 메르스(2015년) 등 감염병 유행이 반복되고 주기가 짧아지는 걸 감안하면 조만간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한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페스트나 스페인독감처럼 코로나19가 촉발시킨 거대한 변화다. 그게 새로운 희망이 될지, 암울한 재앙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미래는 팬데믹을 겪으며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한준규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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