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8개국 중 34위 사고사망만인율
중대재해 줄일 대안 '위험성평가'
방식·평가시기 다양화... 강제성은 없어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위험성 평가 방식이 단순해진다. 현재 기업 10곳 중 4곳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위험성 평가를 모든 기업이 이행할 수 있도록 해 근본적으로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자기규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다만 아직은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개정된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을 22일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더해 6월 말까지를 '새로운 위험성 평가 집중 확산 기간'으로 정하고 새로운 위험성 평가 안내서 및 사례집을 제작 배포하는 등 정책을 홍보해나갈 계획이다.
위험성 평가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사고사망만인율이 0.43퍼밀리아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일 정도로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해에도 산재사망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규제와 처벌 중심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처벌을 피하는 데 급급한 게 아니라, 스스로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대비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스스로 사업장 내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도록 하는 과정인 위험성 평가가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아야 했다.
그러나 정작 위험성 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위험성 평가 제도가 도입된 지는 10년이 됐지만, 그간 현장 60% 이상이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방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인데, 특히 안전보건 전담자가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호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위험성 평가를 좀 더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첫 번째가 방식의 다양화다. 지금까지는 사업장 내 위험성을 추정할 때 특정 산식을 활용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고의 빈도와 강도를 숫자로 산출해 이를 더하고 빼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정부는 굳이 이 방식이 아니더라도 위험성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늘렸다. 체크리스트 방식이나 3단계 판단법, 핵심요인 기술법(OPS) 등이 대표적이다. 류 본부장은 "핵심은 위험성을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대책을 마련해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방법만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평가 시기도 간소화했다. 현재는 최초평가 이후 수시평가 및 정기평가를 해야 하는데, 공정이 계속해서 바뀌는 건설업 등은 이 방식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선택의 폭을 확대해 주 또는 월 단위 상시평가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위험성 평가 전체 단계에 근로자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이를 공유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문제는 아직 강제성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위험성 평가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지만, 당장 법 개정안이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류 본부장은 "현재는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TF에서 법을 통한 제재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일단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근로감독도 위험성 평가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류 본부장은 "목표는 모든 사업장이 위험성 평가를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사업장 자율에 맡기는 게 아니라 자기규율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잘 이행된다면 중소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줄이는 획기적인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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