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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과 디아스포라 영화

입력
2023.05.2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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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프랑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여성의 사연을 다룬다. 엣나인필름 제공

프랑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여성의 사연을 다룬다. 엣나인필름 제공

고 신유숙(수잔 브링크ㆍ1963~2009)씨는 3세 때 스웨덴에 입양됐다. 양모의 폭력과 소외감에 시달렸다. 18세가 돼 자립한 이후 미혼모가 됐다. 친모를 만나기 위해 1989년 한국을 23년 만에 찾았다. 그의 기구한 사연은 MBC 다큐멘터리 ‘인간시대’에 방송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해외 입양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당시 톱스타로 떠오르던 배우 고 최진실(1968~2008) 주연의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1991)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 1953년부터 해외 입양된 한국인은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입양인 수 못지않게 관련 영화가 적지 않다.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2021)는 덴마크 입양 감독 선희 엥겔스토프가 국내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만든 다큐멘터리영화다. 입양 과정과 주변인들의 사정이 담겨 있다. 재미동포 저스틴 전 감독의 ‘푸른 호수’(2021)는 결혼 후 시민권이 없는 사실을 알게 된 입양인의 고난을 그린다. 상영 중인 프랑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프랑스 입양 여성이 생부를 만난 후 겪는 방황을 담아낸다.

□ 디아스포라 영화(Diasporic Cinema)라는 용어가 있다. 자의든 타의든 고국을 떠난 이들이 타국에서 만든 영화를 일컫는다. 주로 정치적 탄압이나 내전, 종교분쟁 등을 피해 해외에 정착한 이들이 문화적 경계에 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국내에 디아스포라영화제가 따로 있을 정도로 해당 영화들이 꽤 된다. 한국계가 만든 디아스포라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입양이 소재가 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푸른 호수’는 1979년 미국에 입양됐던 신송혁(아담 크랩서)씨 사연이 이야기 뼈대가 됐다. 신씨 동의를 얻지 않고 소재를 삼았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씨는 홀트아동복지회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 지난 16일 1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신씨의 사례는 신산한 입양인들의 삶 중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해 해외 입양된 아동은 142명이었다. ‘입양 디아스포라 영화’도 여전히 만들어질 듯하다. 주요 8개국(G8) 편입을 추구하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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