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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묵인한 고교 야구부 감독, 이러니 근절되겠나

입력
2023.05.2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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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입수한 A군의 녹취 파일 속기록. 제보자 제공

한국일보가 입수한 A군의 녹취 파일 속기록. 제보자 제공

서울 한 고교 야구부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파문이 만만찮다. 가해자 세 명 중 한 명이 현직 프로야구 단장 아들이다. 야구부 감독은 피해학생 부모로부터 폭력 사실을 접하고도 묵살했고, 가해학생들은 이를 빌미로 더 가혹한 폭력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러고도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나.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피해학생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야구부 감독에게 아이가 프로야구 단장 아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감독은 “그 아이가 원래 좀 그렇다”며 코치를 통해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냈다. 가해학생들은 괴롭힘을 멈추기는커녕 부모에게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더 심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학생선수들의 학교폭력은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니다. 재작년 과거 학교폭력 사실이 밝혀져 해외로 전출된 배구계 쌍둥이 자매 사건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학생선수들은 소수의 동료선수와 지도자에게 모든 생활을 의존하기 때문에 인권침해에 적극 대처하기 어렵다”는 게 국가인권위원회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감독은 방관자 내지는 동조자에 가까웠다. 라커룸이나 식당 같은 공개 장소에서 무려 1년 동안 신체적∙언어적 폭력이 이뤄졌다는데 감독의 묵인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피해 학부모를 통해 충분히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않았는가.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을 인지하면 최대 3일간 분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감독은 “학교 지시 없이 분리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 체육계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다.

더구나 가해학생 아버지는 프로구단 코치와 해설위원을 거쳐 최근 단장에 오르는 등 야구계에 영향력이 적지 않은 인물이다. 감독이 자의든 타의든 특혜를 줬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학교와 교육청은 학교폭력은 물론 두 사람 간 부당한 커넥션이 없었는지도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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