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가족 데려와"...가스 틀고 라이터 든 50대 집행유예

법원 "반성하고 피해 이어지지 않아"

게티이미지뱅크

가정폭력 때문에 집 나간 가족을 데려오라며 가스를 틀고, 라이터로 불붙일 것처럼 협박한 50대가 집행유예를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나상훈)는 가스방출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7)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8월 23일 오전 5시 24분쯤 세종시 집에서 "가스 새는 소리 들리지 않느냐. 식구들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다 죽게 될 것"이라고 전화로 경찰에 신고한 뒤 도시가스 배관을 통해 가스를 방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의 요구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티다 현관문을 연 뒤,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일 것처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아내와 딸에 대한 가정폭력으로 분리조치가 이뤄져 가족들이 집을 나가자 화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근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등 무고한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실제 인명·재산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