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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에, 여행가방에... 매일 6만 명 투약할 필로폰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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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에, 여행가방에... 매일 6만 명 투약할 필로폰 들어온다

입력
2023.05.18 16:30
수정
2023.05.18 16:34
0 0

여행자 밀반입 마약 1320% 급증
1~4월 전년비... 경로 비중도 2→23%
같은 기간 역대 최대... 대형화는 지속

전국세관 마약조사관 회의가 열린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관세청 관계자가 여행가방(캐리어)을 이용한 마약 밀수 수법을 재연해 보이고 있다. 왼쪽은 사람 몸에 마약을 숨겨 들여오는 수법의 재연을 위해 사용된 마네킹. 연합뉴스

전국세관 마약조사관 회의가 열린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관세청 관계자가 여행가방(캐리어)을 이용한 마약 밀수 수법을 재연해 보이고 있다. 왼쪽은 사람 몸에 마약을 숨겨 들여오는 수법의 재연을 위해 사용된 마네킹. 연합뉴스

지난달 한 여행객이 여행가방(캐리어)에 마약을 숨긴 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비행기를 탄 그의 캐리어 양쪽 이중바닥면 속에는 필로폰 8,182g이 들어 있었다. 인천공항뿐만 아니다. 앞서 2월 김해공항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한 여행자가 복부ㆍ허벅지에 필로폰 7,434g을 테이프로 감아 감춘 상태로 국내로 들어오려다 세관에 들켰다.

올해 들어 비행기로 귀국하는 여행자가 마약을 밀반입하다 공항 세관에서 적발되는 일이 급증했다. 지난달까지 발각된 중량이 무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배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넉 달간 중량 기준으로 집계한 주요 마약 밀수 경로 비중은 국제우편(114㎏ㆍ54%) 여행자(48㎏ㆍ23%) 특송화물(42㎏ㆍ19%) 일반화물(9㎏ㆍ4%) 순이었다. 적발 중량이 특송화물만 줄었고(-36㎏), 나머지 경로는 전부 늘었다.

특히 여행자를 이용한 밀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1~4월 4개월간 3㎏에 불과했던 적발 규모가 올해 같은 기간 1,320%(45㎏)나 늘어 50㎏에 육박했다. 마약 밀수 경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에서 23%로 크게 뛰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바뀌고 방역 조치 완화와 더불어 해외여행이 다시 늘자 여행자가 개입된 마약 밀수도 재개됐다는 게 관세청 설명이다.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밀수 규모도 1년 전보다 42%(34㎏) 늘었는데, 필로폰을 사탕 모양으로 위장하거나 초콜릿 속 포장을 뜯어 집어넣고, 유아용 분유에 엑스터시(MDMA)를 은닉하는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됐다.

지난달까지 올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 밀수 규모는 매년 1~4월 기준 역대 최대다. 총 205건에 213㎏ 규모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적발 건수가 18%(45건) 줄었지만 중량은 32%(52㎏) 늘었다. 하루 평균 적발량 1.8㎏은 필로폰 기준으로 6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관세청이 지목한 적발량 급증 요인은 △국내 마약 수요 증가 △현격한 가격 차에 따른 밀수 유인 확대 △단속 강화 등이다. 올 1~4월에도 작년보다 건당 적발량이 62% 증가해 마약 밀수 대형화 추세가 지속됐는데, 이를 부추기는 배경은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 마약 가격이다. 태국이 13달러, 미국이 44달러 수준인 필로폰 g당 가격은 한국에서 450달러로 급등한다. 국내에 들여오면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인식이 밀수업자로 하여금 위험을 감내하게 만드는 것이다.

종류별로 보면 필로폰(87㎏) 대마(47㎏) 합성대마(18㎏) MDMA(7㎏) 순으로 적발량이 많았고, 특히 젊은 층이 많이 찾는 MDMA(316%)와 케타민(328%),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가 큰 합성대마(122%) 등 신종 마약 증가세가 가팔랐다. 마약을 갖고 온 나라는 태국(62㎏) 미국(50㎏) 베트남(20㎏) 중국(17㎏) 순이었다.

관세청은 이날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윤태식 청장 주재로 전국세관 마약조사관 회의를 열어 △주요 밀수 경로별 통관 검사 강화 △국내외 공조 강화 △마약 단속 기반 확충 등 대책을 논의했다. 윤 청장은 “국경 단계에서 마약 밀수를 놓치면 국내 유통 단계에서는 10, 20배 노력해도 적발하기 어렵다”며 책임감을 가져 달라고 조사관들에게 당부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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