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연등회' 연등 만든 전영일 조각가
"그동안 많이 고생하면서 코로나19 비상사태라는 힘든 과정을 겪어냈으니까 앞으로는 우리가 더 긍정적으로, 더 용기 있게 살았으면 합니다. 이번 연등회에서는 그런 마음을 서로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광화문광장이 환한 '빛의 조각'으로 가득 찼다. 조각가 전영일(53)씨가 운영하는 공방이 철골로 뼈대를 세우고 여기에 두꺼운 한지를 붙여 만든 연등 작품들이 다양한 색채를 뿜어내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연등회'가 열리는 현장이다. 불교계가 꾸린 연등보존위원회가 주관하는 올해 연등회는 27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전통등전시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로 꾸려졌다. 20일 오후 7시부터는 장엄한 연등 행렬이 종로 일대 등지에서 펼쳐진다. 이 행렬 선두의 장엄등들도 전 작가의 손에서 태어났다.
전 작가는 1998년부터 연등을 제작해 왔다. '연등 축제'를 위해 연등을 제작한 미술인들에 그도 포함됐던 것이다. 전 작가는 처음 연등회와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빛을 소재로 한 조각과 연등을 만들어 오고 있다. 현재 광화문광장에 놓인 연등들은 4, 5개월씩 걸려 제작한 작품들로, 신작과 구작이 섞여 있다. 전화로 만난 전 작가는 "철골로 나눈 면마다 한지를 한 장, 한 장 올려 붙이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어서 손이 많이 간다"면서 "한때는 누구나 연등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 방법과 자료집을 만들고 보급하는 일에 몰두한 적도 있다"고 돌아봤다.
연등 역시 조각이다. 조형 언어를 사용해 덩어리가 있는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여느 조각과 차이가 없다. 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핵심은 빛"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둠을 사르는 빛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여기에 조형적으로 부드럽고 원만한 형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이의 약한 느낌을 중화시키기 위해 금속을 노출시키거나 한지를 염색하는 기법으로 채색하기도 한다.
전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은 빨간 꽃과 꽃잎을 3점의 연등으로 나눠 표현한 '치유의 꽃'이다. 각 연등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특정한 지점에서는 한 송이의 꽃으로 합쳐져 보인다. 코로나19로 떨어져 있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만난다는 뜻을 담은 작품이다. 그는 "연등회라는 행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알아서 그 자리를 찾아 사진을 찍더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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