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계좌 위험 신호 무시해" 작년 소송
비슷한 소송당한 JP모건 영향에도 관심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가 과거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으로부터 성착취를 당한 여성들에게 우리 돈 1,000억 원을 물어주기로 했다. 앞서 피해 여성들이 엡스타인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도이체방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합의하면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CNN방송 등에 다르면 도이체방크는 엡스타인에게 성착취를 당한 여성들에게 7,500만 달러(약 1,001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피해 여성들은 지난해 도이체방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도이체방크가 과거 엡스타인의 불법 성매매 과정에 사용된 은행 계좌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는 등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위험 신호를 무시했다는 게 이유였다. 엡스타인은 2013~2018년 도이체방크 계좌를 이용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인 데이비드 보이스는 성명에서 "엡스타인의 성 착취는 힘이 있는 개인과 기관의 협력이나 조력 없이는 불가능했다"면서 "도이체방크의 책임을 지려는 의지에 감사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잘못을 인정하진 않았다. 딜런 리들 도이체방크 대변인은 합의에 대한 논평은 거부한 채 "최근 몇 년간 과거 이슈들을 바로잡는 데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고만 했다. 내부 통제 교육 관련 예산으로만 40억 유로(약 5조8,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는 게 은행 측 주장이다. 하지만 2020년 뉴욕주 금융 당국은 엡스타인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도이체방크가 거래를 적절하게 모니터링하지 못했다며 1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가 비슷한 소송을 당한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에 미칠 영향을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엡스타인은 1998~2013년까지 JP모건 고객이었다. 이 기간 더 많은 여성을 성착취한 것으로 알려져 소송 액수도 도이체방크보다 더 많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등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상태에서, 2019년 8월 뉴욕의 연방 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