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145개 장비로 소음, 환기, 결로 실험
"신청만 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해"
"경량 충격음 들려주세요."
18일 세종 가람동의 한 실험실. 높이 2m, 바닥 넓이 20㎡ 방에 들어서자 사람 어깨 높이 스피커가 곳곳에 서 있었다. 연구원이 무전기로 주문한 직후, 귀를 때리는 굉음이 방 안을 채웠다. "이 정도 층간소음은 못 참겠어요." 방 안의 사람들이 소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같은 시간 실험실 위에서는 태핑머신이라 불리는 기계 속 무게 500g 망치들이 4㎝ 높이로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어 연구원은 무전기로 충격을 유지하되 매트를 깔아 보라고 주문했다. 이윽고 노크 소리만큼 작은 소리가 들렸고, 스피커를 통해 세기가 측정됐다. "지금은 잘 안 들리죠. 매트로 소음이 확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2018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02억 원을 들여 지은 LH토지주택연구원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다. 층간소음, 미세먼지, 결로, 누수 같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이 145개의 최신 장비로 총 65개 분야의 실험과 인증을 진행한다.
약 2만 ㎡의 센터 부지에 들어서자 커다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센터는 사무동과 실험동을 비롯해 환기실험건물인 맞통풍 시뮬레이터(CV)동, 실제 기술을 아파트에 적용해 보는 실증실험동으로 구성됐다. 특히 실증실험동에는 민간 건설사 층간소음연구소보다 많은 24가구가 들어섰다.
CV동으로 들어서자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이곳은 가로 48m, 세로 26m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국내 최초로 자연 바람을 본뜬 시설이다. 환기 실험을 위해 온도와 풍속을 조절할 수 있는 바람기계 앞에 59㎡, 84㎡의 모형주택과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었다.
"실외기 덮개(로버)를 제대로 열지 않으면 이렇게 바람이 못 빠져나가요. 그럼 실외기에 과부하가 걸리고, 자칫하다 과열로 화재가 날 수도 있어요."
곽병창 수석연구원은 무전 소음 실험에 이어 레이저를 이용해 로버에 막혀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바람 모습을 보여줬다. 곽 연구원은 현재 실외기 설치 규정이 모호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이곳에서 실증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공기 필터 실험실, 결로 체험실에 들어갔다. 오염물질이 필터를 통해 얼마나 걸러지는지, 습도나 온도, 이중창 여부 등에 따라 창문에 이슬이 맺히는지 등을 각각 실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센터의 장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길태 센터장은 "신청만 하면 누구든 주택 성능 관련 실험을 할 수 있다"며 "민간에 비해 기술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고, 신기술에 대한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이나 학계의 센터 견학이 최소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뤄지고 있다.
LH는 소음 저감 바닥구조를 새롭게 개발하고 2025년까지 층간소음 저감설계 1등급을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LH는 "층간소음 없는 주택 80만 호 공급 목표를 위해 신축 아파트엔 완공 후 소음을 측정하는 사후확인제를 도입하고,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약 5,000가구에 저감매트 설치 비용으로 300만 원씩 낮은 금리로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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