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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서 눈물 흘린 아버지... 두 엄마의 이유 있는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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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서 눈물 흘린 아버지... 두 엄마의 이유 있는 일탈

입력
2023.05.19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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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처럼
'전국노래자랑' '유퀴즈' 스타된 산후조리원 동기 곽은진·이보미씨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인연으로 '전국노래자랑'에 함께 출연해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보미(왼쪽)씨와 곽은진씨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방송에서 함께 부른 '평행선' 춤동작을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지난 2월 '전국노래자랑'에서 입은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왔다. 안다은 인턴기자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인연으로 '전국노래자랑'에 함께 출연해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보미(왼쪽)씨와 곽은진씨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방송에서 함께 부른 '평행선' 춤동작을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지난 2월 '전국노래자랑'에서 입은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왔다. 안다은 인턴기자

지난 2월 경기 광명시민체육관. 곽은진(32)씨는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장려상을 받고 무대를 내려오다 객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울컥했다. 근육이 점점 굳는 희소병인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곽씨의 아버지(61)가 딸을 응원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행사장을 찾았기 때문.

곽씨 아버지의 꿈은 배우였다. 세 남매를 다 키워놓고 가슴속에 묻었던 꿈을 다시 꺼낸 그는 사진관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고 단역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 때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딸이 아버지의 병을 알게 된 것은 2017년쯤. 곽씨는 결혼식을 서둘렀다. 아버지가 걸을 수 있을 때 식장에 함께 들어가고 싶어서였다.

"제가 '전국노래자랑'에 나간다는 거에 힘을 얻고 계시더라고요. 도전을 결정하게 된 계기 중엔 아버지도 있었어요. 상 받고 내려오는 데 눈물 흘리는 아버지보고 눈물 참느라 혼났어요.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그게 효도라고."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 만난 곽씨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만나 육아 동지가 된 곽은진(왼쪽)씨와 이보미씨가 지난 2월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진행자인 김신영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KBS 방송 캡처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만나 육아 동지가 된 곽은진(왼쪽)씨와 이보미씨가 지난 2월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진행자인 김신영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KBS 방송 캡처

곽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보미(34)씨와 함께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했다. "애 낳고 만난 (산후) 조리원 동기 모건이 엄마, 서우 엄마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한 두 사람은 1980년대 유행했던 '허슬춤'으로 흥겹게 트로트 리듬을 타더니 후렴에선 오른팔을 마구잡이로 흔들며 무대를 달궜다. 두 엄마가 부른 노래는 문희옥의 '평행선'. 유튜브에 올라온 이들의 무대 영상엔 '육아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섭다', '조리원 최고의 아웃풋' , '신나게 추는 데 왜 눈물이 나지' 등의 글이 올라왔다. 무대 영상 조회수는 100만 건을 순식간에 넘어섰고 두 엄마의 특별한 '일탈 사연'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3일 톱스타들도 출연이 쉽지 않은 tvN 간판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까지 등장했다.

이런 두 사람을 사람들은 집을 나와 자유를 꿈꾼 영화 '델마와 루이스' 속 어디로 튈지 몰랐던 두 여주인공을 보듯 즐겼다. 이씨는 "결혼한 분들이 '아이 낳아서 저렇게 (엄마 생활 즐기면서) 키우면 되겠다' '집에만 있지 말고 좀 움직여야겠다'고 지지해 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곽씨는 "애 보는 것만 하다 이제 나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더 생각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2020년 5월 같은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었다. 당시 곽씨는 이씨를 알고 있었지만, 이씨는 곽씨를 몰랐다. 그렇게 산후조리원을 떠난 두 사람은 육아 수업을 들으러 간 동네 문화센터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이번엔 곽씨가 용기를 냈다. "우유 엄마 아니세요?" 수유실에서 아이 태명을 아는 척하는 사람을 만나 깜짝 놀란 이씨는 산후조리원 때부터 이어진 인연을 곽씨에게서 듣고 바로 가까워졌다.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만나 육아 동지가 된 곽은진(왼쪽)씨와 이보미씨가 지난 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진행자인 유재석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만나 육아 동지가 된 곽은진(왼쪽)씨와 이보미씨가 지난 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진행자인 유재석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두 사람은 '전국노래자랑' 도전을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흥부자'였던 두 엄마가 '전국노래자랑' 광명시 녹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재미있겠는데?" 싶어 무작정 뛰어들었다. 오전 9시 30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둘은 '아줌마 연습생'으로 돌변했다. 동네에서 시간당 8,000원짜리 연습실을 잡고 노래와 춤을 연습했다. 오후 3시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갈 때까지가 그들에게 주어진 '마법의 시간'. 이씨는 "아이가 100일쯤 됐을 때 새벽에 수유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한나절도 채 안 되는 일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육아에 몸과 마음이 고달팠던 두 엄마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유퀴즈' 출연료를 부모님께 드렸어요. '전국노래자랑' 준비하면서 생전 처음 춤 연습을 하니 팔, 다리가 아픈 거예요. 그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이젠 사진을 배우고 있어요. 엄마들은 알겠지만 커피 한 잔 사러 나가는 것도 행복이거든요."(곽씨)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잖아요. 이제 10%의 시간은 저를 위해 쓰려고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잖아요."(이씨)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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