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차례 선발 등판 2승 ERA 1.59
부상 이탈한 디그롬 공백 메워
팔에 한글로 '같은 피' 문신 새겨
한국인 어머니 떠올려
에이스의 대체 선발이지만 존재감은 그 이상이다.
크고 작은 부상에 자주 시달리는 '유리몸' 제이컵 디그롬(34) 대신 선발 한자리를 꿰찬 한국계 투수 데인 더닝(29)이 텍사스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 질주를 이끄는 ‘복덩이’가 됐다. 이번 시즌 중간 투수로 시작한 더닝은 5월 들어 1선발 디그롬의 부상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18일 현재 선발 투수로 세 차례 나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11일 시애틀전(6이닝 2실점)과 17일 애틀랜타전(6이닝 1실점)에서 연이어 승리를 챙겼다. 불펜에서도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로 활약이 좋았다.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존 더닝과 한국인 어머니 정미수씨 사이에 태어난 더닝은 올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팀 내에서 네이선 이발디(5승) 다음으로 많은 4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1.69)은 3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가장 낮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싱커,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과 공격적인 투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를 요리한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63경기에서 11승 18패 평균자책점 4.43에 그쳤던 더닝은 이번 시즌 반전 비결로 ‘건강한 몸’을 꼽았다. 지난해 9월 고관절 수술을 받고 완벽하게 회복한 그는 “마운드에서 다리 움직임을 자유롭고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디그롬 안 부러운 활약에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1억8,500만 달러를 주고 데려온 디그롬이 부상에서 회복하면 더닝을 계속 5선발에 남겨둘지, 6인 로테이션을 돌릴지 결정해야 한다. 보치 감독은 “어디서든 더닝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선수”라면서 “아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더닝은 한국에 가본 적이 없지만 자신을 위해 헌신한 가족의 영향을 받아 어머니 나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왼팔 안쪽에는 한글로 ‘같은 피’라는 문신도 형과 함께 새겼다. 더닝은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며 “문신을 볼 때마다 가족이 생각나고, 집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더닝은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마음도 내비쳤다. 부모 국적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고관절 수술 여파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그는 2026 WBC를 바라보며 “어머니뿐만 아니라 내게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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