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대탄도탄·대잠전 훈련 가보니
“적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비롯한 잠수함 수척이 미식별 중임. 함 총원은 대공ㆍ대잠경계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
지난 16일 부산 남방해역을 항해 중이던 우리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에 이 같은 방송이 흘러나오자 함 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스름한 푸른색 조명 아래 전투지휘실(CCC) 요원들은 각각 콘솔에 집중하며 혹시 모를 특이사항 발생에 대비했다. 그리고는 함 내에 다시 우렁찬 방송이 울려 퍼졌다. "총원 전투배치! 대잠·대공 전투준비!"
세종대왕함은 탑재한 스파이(SPY) 레이더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탐지에 나섰다. 곧이어 레이더시스템컨트롤에서 북동쪽으로 발사된 미상 발사체를 포착했고, 이 정보는 공군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로 전송돼 우리 군의 합동작전을 선보였다.
탄도미사일 상황이 마무리되기 전 세종대왕함은 수중 미식별 접촉물에도 맞닥뜨렸다. 대잠전조정관이 관련 사항을 즉각 보고하자, 세종대왕함은 인근 해역에서 비행 중이던 P-3 해상초계기를 접촉물 예상지역으로 유도했다. P-3는 수중에 투하하여 음파를 발생시켜 수중접촉물을 탐지하는 휴대용 소나인 소노부이를 투하해 접촉물 위치를 파악했고 세종대왕함에서 날아오른 링스 해상작전헬기도 디핑소나를 내려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적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세종대왕함을 표적으로 어뢰를 발사하자 함은 어뢰음향대항체계를 발사하면서 회피침로로 기동했고, 동시에 링스에 국산 경어뢰 청상어로 긴급 공격을 지시했다. 세종대왕함은 또 대잠유도무기 홍상어를 쏘아 올리며 적 잠수함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세종대왕함 수중 정보실이 수중 폭발음을 청취하고 해상에서 부유물과 기름띠를 확인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서 긴박했던 훈련은 막을 내렸다. 가상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었지만 해군의 작전 능력을 유감없이 뽐낸 셈이다.
해군은 이튿날인 17일 경남 창원 진해구 잠수함사령부에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한 잠수함으로 전투·소나 체계도 국내에서 독자 개발했다. 기존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보다 은밀성과 생존성이 대폭 강화됐으며 전투수행·작전지속 능력도 향상됐다. 특히 수직발사체계(VLS)에서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세종대왕함과 도산안창호함은 우리 군의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근간이란 평가를 받는다.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는 △한반도 주변 바다 어디에서든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기동성·융통성)하며 △북한의 탐지권 외곽 위치에서 기동함으로써 생존성을 극대화(은밀성·생존성)할 수 있다. 또 △육상기지 운용 제한 시 바다에서 대량 응징보복이 가능(제2격 능력)하다.
세종대왕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최대 1,000km 밖에서 탐지·추적할 수 있으며 도산안창호함은 킬체인의 주요 전력으로 북한 SLBM 탑재 잠수함 추적·공격 임무를 수행하고, SLBM을 탑재하여 은밀하게 북한의 핵심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2024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은 기존 세종대왕급의 탐지·추적에 더해 요격까지 가능해질 전망이어서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능력은 배가될 예정이다.
해군은 언제든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해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있다. 대탄도탄·대잠수함전 훈련을 주관한 세종대왕함장 김성필 대령(진)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도산안창호함장 김형균 대령도 "승조원 모두가 최고도의 결전 태세를 확립하여 전략적 비수로서 우리 바다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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