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혁씨 변호인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
"국가가 불법 해외입양 주도·용인"
홀트아동복지회(복지회)가 과거 미국으로 입양 보냈던 신성혁(48·미국명 애덤 크랩서)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신씨 측 변호인단이 입양기관뿐 아니라 당시 해외입양 관련 제도를 만들고 불법 해외입양을 방관한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신씨 측 변호를 맡고 있는 황준협 변호사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사실상 국가가 해외입양을 주도했고, 입양기관들의 불법 행위를 용인한 건데 국가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입양기관이 해외입양 절차를 일임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대리입양제도와 당시 신씨 포함 대부분의 입양아들이 국적 취득 절차를 거치지 않고 IR4 비자로 출국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정부가 허용한 대리입양제도 탓에) 입양부모가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사전) 검토나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더 쉽게 파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국적 취득을 잘 했는지라도 관리했어야 하지만 당시 정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제도는 입양을 용이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비롯됐으며, 한국 정부도 이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했었다고 본다"고도 덧붙엿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먼 타국에서 파양돼 신씨와 같은 삶을 살아야 했는지도 알 수 없다. 황 변호사는 "그 당시 해외에선 입양이 '유행'했고, 그중에서도 한국 아동이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며 "정부는 이런 수요에 맞춰 입양을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신씨와 같은) 고아 호적으로 입양 보낸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최근 보고된 사례들을 보면 아주 많은 숫자의 해외입양인들이 이렇게 고아 호적으로 입양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엿다.
복지회 등 입양기관이 해외입양 수수료로 수익을 거뒀다는 점도 짚었다. 황 변호사는 "신씨 입양 수수료가 얼마였는지 밝히는 것은 한계가 있었지만, 국가기록원에는 당시 입양기관들이 입양 과정에서 막대한 입양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문건들이 많았다"고 했다.
신씨는 세 살이던 1979년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양부모에게 학대당했고 파양된 후 어린 시절부터 노숙을 해야 했다. 양부모가 시민권 획득 절차도 거치지 않아 2016년엔 다시 한국으로 추방됐다. 신씨는 2019년 자신의 입양 과정을 주도했던 홀트아동복지회(복지회)와 국가를 상대로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신씨 측은 "복지회가 해외입양을 위해 신씨에게 친모가 있는 걸 알면서도 가짜로 고아 호적을 만들었다"며 "이를 숨기기 위해 '신성혁'이었던 본명을 '신송혁'으로 고쳤다"고 주장했다. 복지회에서 고아의 경우엔 양부모가 아이를 직접 보지 않고도 입양 알선기관을 통해 입양되는 허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신씨 측은 복지회에서 입양 후에도 사후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아동학대를 당하면서도 국적 취득도 하지 못해 추방당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박준민)는 16일 "복지회는 신씨에게 배상금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과거 해외입양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란 점에선 의미가 크지만, 정부가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건사회부가 (신씨 입양 당시) 복지회의 보호의무 위반 사실을 면밀히 조사하고 제재를 하지 않는 등 다소 미흡했지만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신씨 의사를 확인한 후 항소할 계획이다. 황 변호사는 항소 계획에 대해 "이 소송의 당사자는 신씨 본인이기 때문에 본인과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다. 아직 (항소 여부)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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