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지락실2'에서도 거침없이 망가져
인재 귀한 여성 예능판에서 '당당한 주체성' 드러내
트렌디하고 현실적인 말로 '인생 2회차' 별명도

래퍼이자 예능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영지. 이영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영지씨, 자유연기 부탁드릴게요." 이은지의 한마디에 냅다 "레베카, 나의 레베카" 뮤지컬 노래를 불러 개그 콩트를 완성한다. 랜덤 플레이 댄스 미션에선 땀을 뻘뻘 흘리며 여느 아이돌보다도 열정적인 춤 실력을 뽐낸다. 예능 중에 본업인 '힙합'이 문득 떠올라 가끔 '현타'(실제 처한 상황을 깨닫는 시간)가 오지만 특유의 괄괄한 웃음소리로 현장을 즐겁게 만든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2'에서 드라마 명장면 대사를 맞추는 게임을 하는 이영지. 유튜브 영상 캡처
tvN의 돌아온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2'(이하 지락실)에서도 '괄괄이' 이영지(21)는 여전하다. "큰 목소리와 몸짓으로 현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지락실의 박현용 PD)라는 표현 그대로다. 거침없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영지가 데뷔 후 꾸준히 젠지(Gen Z, 1997~2012년생)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또래 아이돌 스타들이 대중의 평가 앞에서 늘 심판받는 존재처럼 비춰지는 반면 이영지는 스스로 충족돼 있는 존재, 늘 당당한 주체라 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짚었다. 게임 중에 제작진인 나영석 PD에게 되레 문제를 내면서 "맞히시면 이 음식 한입 드리려고 했다"며 나 PD를 들었다 놨다 한다. '인재 기근'인 여성 예능판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셈.

tvN '뿅뿅 지구오락실2'에서 멤버들이 음식을 걸고 퀴즈를 하는 모습. 왼쪽부터 차례로 안유진, 이은지, 미미, 이영지. tvN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영지의 거침없는 말은 불편하지 않다. 그 이유를 두고 지락실의 박현용 PD는 "구사하는 단어가 트렌디하고 현실적이어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엔 '이영지 어록' 게시물이 있을 정도다. 열아홉의 나이에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 서기도 했다. 이영지는 무모함과 과함, 조급함, 두려움에 대해 "남에게는 약점이지만 나에겐 강점인 것들"이라며 당차게 정의하고, '행복은 무엇일까요?'라는 팬의 질문에 "찾으려고 노력할 땐 없고 까먹었을 때쯤 내 삶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것"이라는 사색적인 답도 내놓는다. 그에게는 '인생 2회차'(인생을 두 번째 사는 것처럼 나이에 비해 성숙한 사람을 이르는 말)란 별명이 붙었다.

이영지는 Mnet '쇼미더머니11'에 도전해 우승을 거머쥔다. 이 도전은 예능 캐릭터로만 굳혀질 뻔했던 이미지를 다시 '본업도 잘하는 캐릭터'로 바꾼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 캡처
'예능캐(릭터)'인 줄만 알았던 그의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본업(래퍼)도 잘 해낸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 3'(2019) 우승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또다시 오디션('쇼미더머니 11')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쇼미' 우승보다 그 과정이 더 돋보였다. 도전 내내 의외로 이영지는 진중하고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21년 인생 중에서 자기 확신이 0에 수렴하는 때가 진짜 처음이에요"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줬다.
"목걸이, 돈, 우승 명패 이 중에 갖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요. 곡해되지 않는 진심을 들려주고 싶어요." 그가 '쇼미 11' 출연에 맞춰 던진 출사표다. 그의 진심은 음악계에서도, 예능계에서도 통하고 있다. 그의 매력이 다른 멤버(이은지·미미·안유진)들과 절묘한 케미를 이루며 '지락실2'도 순항 중이다. 황 평론가는 "개인 능력치도 뛰어나지만 자존감이 뛰어난,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래 세대' 느낌의 캐릭터라 앞으로도 예능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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