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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꼬였네'… 광주FC 겸직 두고 자기모순에 빠진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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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꼬였네'… 광주FC 겸직 두고 자기모순에 빠진 광주광역시

입력
2023.05.17 13:30
수정
2023.05.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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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 발령 주무관 형사 고발되자
공무 수행으로 변호사 보수 지원
겸직은 본래 직무 아닌 사적 활동
市 상근 겸직 발령 잘못 인정한 꼴
겸직 맞다면 소송비 지원은 '부당'
자가당착에 뚜렷한 해명도 못해

광주광역시가 광주시민프로축구단(광주FC) 현장 지원 업무를 보던 주무관을 주식회사인 광주FC에서 상근하도록 겸직 발령한 것을 두고 자기모순에 빠졌다. 해당 주무관이 광주FC에서 공무(公務)가 아닌 사적 영역의 겸직 업무에 종사하던 중 형사 고발당했는데도,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무(공무) 수행 관련 사안으로 보고 혈세를 들여 변호사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강 시장은 2월 2일 겸직 허가를 받고 광주FC에서 상근하던 중 광주FC직원으로부터 공전자기록위작 및 동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문화체육실 체육진흥과 소속 A주무관에게 변호사비를 지원했다. A주무관은 노동일 광주FC 대표가 부재중일 때 노 대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받아 광주FC 행정관리시스템에 접속한 뒤 노 대표인 것처럼 각종 서류를 대신 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시는 A주무관이 '광주시 직무 관련 소송비용 지원 조례'를 근거로 변호사 보수 지원을 신청하자 3월 소송심의회를 열어 A주무관에 대한 변호사 보수 지원을 결정했다. 광주시는 구체적인 지원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해당 조례는 소송비용을 심급별(형사 고소·고발 포함) 1,000만 원 이내에서 지원하되, 총 4,0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가 A주무관에 대한 변호사비 지원을 결정했지만 과연 A주무관이 지원 대상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조례는 광주시 공무원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피소된 경우 해당 공무원에게 소송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의 능동적 업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만큼 이 조례에 명시된 '직무'는 공무로 해석된다.

그러나 A주무관은 강 시장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고 광주FC에서 상근하면서 겸직 업무에 종사하다가 고발된 것이어서 A주무관의 대리 결재 행위에 직무 수행 관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광주시가 A주무관의 본래 공무였던 '광주FC 현장 지원'을 겸직 업무로 바꿔치기하는 꼼수를 둬 직무 수행 관련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무원 인사실무를 통해 겸직을 개인 필요에 의한 사적 활동으로 안내하고 있다. 겸직은 공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인사 발령이란 외형 측면에서 보면 공무 이외의 다른 직무(겸직 업무)에 종사한 A주무관은 광주시로부터 변호사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광주시가 A주무관에게 변호사비를 지원한 터라, 역설적으론 "A주무관은 겸직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걸 광주시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그간 "A주무관에 대한 겸직 허가엔 문제가 없다"던 광주시 주장도 정당성을 잃었다. 한마디로 광주시가 형용 모순을 자초한 것인데, 이런 처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반대로 광주시가 A주무관에 대한 겸직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다면 A주무관에게 변호사비를 지원한 것은 부당 지원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렇든 저렇든 광주시로선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광주시는 제대로 된 해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시쳇말로 '배째라'식으로 버티는 꼴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주무관에 대한 상근 겸직 발령과 관련해 복무 관리 부실 등 일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를 바로잡는 등의 조치는 당장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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