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기능 상실" vs "어미돼지 도축할 곳 없어"
대구시 6월 최종보고회..."폐쇄 확정 시 활용방안 검토"
대구시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운영 중인 공설 도축장 폐지를 추진하자 축산업자들이 비규격돈 도축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16일 오후 3시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 5층 대회의실에서 '축산물도매시장 운영방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을 폐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월 "지자체가 직접 도축장 업무를 하는 곳은 없다"며 "검단동 축산물도매시장 위탁계약이 끝나는 대로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04~2021년 전국의 돼지 도축 두수는 1.36%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대구 도축장은 2.35%가 줄어들었다. 전국 70개 도축장 중 유일하게 행정기관이 소유하고 운영 중인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은 건립 20년이 지나 연간 관리비용만 14억 원에 이른다. 또 대구에서 도축하는 돼지 물량의 90%가 경북 농가에서 온 점도 폐쇄 이유로 꼽았다.
대구 도축장이 폐쇄되면 어미돼지(모돈) 도축이 힘들어진다. 지난해 대구에서 도축한 돼지 17만7,000여 두 중 비규격돈인 모돈은 전체의 31%인 5만5,118두다. 중량 90~110㎏의 규격돈보다 무게가 작은 위축돈은 도축에 큰 문제가 없으나 모돈은 큰 시설이 필요하다. 대구 인근에서 모돈을 도축할 수 있는 곳은 경북 고령의 축산물 공판장으로, 대구 도축장에서 직선거리로 23.6㎞에 이르는 데다 하루에 최대 50두의 모돈을 처리하는 정도라 대구 도축장 폐쇄 후 인근 축산농가의 고충이 예상된다.
축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병배 대한한돈협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비규격돈은 경매가 아니면 팔릴 수 없고 일반 육가공공장은 정돈만 취급하기 때문에 도매기능이 있는 대구의 도축장이 폐쇄되면 안 된다"며 "고령 도축장은 하루 50두가 최대이고 경남 김해에서는 추가적인 도축 여력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운영업체인 신흥산업 박종열 생산부장도 "모돈을 도축하지 못하면 결국 땅에 파묻어야 하는 처지인데 대구 도축장 폐쇄 후 3개월부터는 답이 없다"며 "시설을 폐쇄하더라도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2001년 5월 북구 검단동에 들어선 대구축산물도매시장에서는 하루에 소 160두, 비규격돈 200두를 포함한 돼지 1,100두를 도축하고 있다. 운영은 내년 3월까지 신흥산업이 맡고 있다. 대구시는 오는 6월 최종보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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