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1만㏊ 참여 신청 접수
제품화 자신감에 쌀 수급안정 의지
정부가 ‘가루쌀(분질미)’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격과 면적 요건 완화 등으로 참여를 독려해 재배 단지를 올해의 5배 규모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밀가루를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갈 길도 멀다는 게 중론이지만, 정부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왜 그렇게 공을 들이는 것일까.
농림축산식품부는 31일까지 내년도 가루쌀 생산단지 조성 사업 참여 신청을 접수한다고 16일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문턱이 낮아져 사업에 들어가기가 더 쉬워졌다. 기존 ‘식량작물 공동경영체(쌀 생산량 조절과 식량작물 생산ㆍ유통 여건 개선 등을 위해 정부가 공모ㆍ육성 중인 농업경영단체)’가 아니어도 참여가 가능하고, 최소 면적도 50㏊에서 30㏊로 줄었다.
인센티브(유인책)는 여전하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경영체에 교육ㆍ컨설팅 및 시설ㆍ장비를 지원하고, 농업인에게는 ㏊당 100만 원의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다. 가루쌀과 밀 등을 이모작 하는 경우에는 직불금이 250만 원으로 늘어난다. 단지에서 생산된 가루쌀은 전량 매입한다는 게 정부 약속이다.
이렇게 정부가 적극적인 것은 내년 가루쌀 생산단지 규모를 5배 수준인 1만㏊로 키우기 위해서다. 38개 생산단지가 운영되고 있는 올해는 총 2,000ha 규모다. 지난해에는 100㏊에 불과했다. 2년 만에 재배 면적이 100배가 되는 셈이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475톤에서 100배가 훌쩍 넘는 5만 톤으로 많아진다. 2026년에는 현재 연간 200만 톤 남짓인 국내 밀가루 수요의 10%인 20만 톤까지 가루쌀 생산량을 늘린다는 게 정부 목표다.
증산은 수요가 충분하리라는 자신감의 발로다. 지금 농식품부는 농심, 삼양식품, SPC삼립, 풀무원, 해태제과 등 15개 식품업체를 선정, 면ㆍ빵ㆍ과자 등 종류별 가루쌀 제품 19개의 개발을 지원 중이고, 지역 베이커리 20곳의 40개 신메뉴 발굴도 돕고 있다. 이들 제품ㆍ메뉴가 가루쌀 수요를 견인하리라는 게 정부 기대다.
“밀가루 완전 대체 못해도 밥쌀보다 가루쌀”
정부가 붙들고 있는 것은 가능성이다. 가루쌀은 밀과 전분 구조가 비슷해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 품종이다. 제분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쌀 제품화에 효과적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생육 기간이 일반 벼보다 20~30일 짧아 생산비가 적게 들고 밀ㆍ보리 등과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유영 농식품부 가루쌀산업육성반 과장은 “밥쌀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반면 밀가루 가공식품시장 성장세는 안정적”이라며 “밀가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해도 밥쌀보다는 가루쌀의 시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전히 성공까지는 첩첩산중인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밀과 달리 빵과 면에 쫄깃한 식감과 풍미를 주는 ‘글루텐’ 성분이 없다는 게 가루쌀의 한계다. 신제품을 개발 중인 업계에서 가루쌀의 미래를 의심할 때는 대체로 이런 품질상 단점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가격 경쟁력도 아직 모자라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루쌀 증산에 매달리는 것은 고질적 공급 과잉인 쌀 수급 안정에 가장 실효적 해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의지를 보이는 배경이다. 같은 쌀이다 보니 논을 그대로 쓸 수 있어 다른 품종보다 작목 전환을 유도하기 수월하고, 세계 최초로 개발된 품종이라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도 좋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가루쌀은 수입 밀을 대체해 식량안보(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데다 성장 가능성도 큰 국산 식품 소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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