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계열사·협력업체 등 10여곳 압수수색
KT텔레캅의 용역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검찰, 구현모 전 대표 등 '윗선' 지시 의심
KT "계열사 일감 배분에 관여하지 않았다"
검찰이 KT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KT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구현모 전 KT 대표가 의혹의 정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16일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남용)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경기 성남시 KT 본사와 서울 구로구 KT텔레캅 본사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영지원 부서가 있는 KT 광화문 사옥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KT 본사 차원의 압력이 있었다고 보고, 구 전 대표와 함께 KT 경영지원부문장 신모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KT가 시설관리 업무를 재하청하는 과정에서 품질평가 기준을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바꿔 특혜를 줬다고 의심한다. KT텔레캅은 KT에서 수주받은 시설관리 일감을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 하청업체에 맡긴 뒤 연말 품질평가를 통해 물량을 조정해왔다. 검찰은 특히 KDFS에 배당된 물량이 2016년 45억 원에서 2021년 494억 원으로 10배 넘게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검찰은 신씨가 물량 배정을 결정했지만, 구 전 대표의 묵인 혹은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구 전 대표 등이 KDFS에서 뒷돈을 받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구 전 대표가 취임한 2020년 KT그룹 시설관리 일감 발주업체가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변경된 이유도 살펴보고 있다. KT텔레캅이 남중수 전 KT 대표의 측근인 황모 KDFS 대표를 위해 품질평가 기준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KT 본사(경영지원부문)와 KT텔레캅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업무용 이메일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앞서 장지호 KT텔레캅 대표와 시설관리사업 담당 임직원, 물량 피해를 본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별개로 피해 업체들의 진정을 받아 지난해 12월 KT텔레캅을 현장 조사하고, 시설관리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조만간 신씨와 구 전 대표를 불러 책임 여부와 범위를 명확히 가릴 계획이다.
검찰은 구 전 대표가 자신의 쌍둥이형 회사를 비싼 값에 인수한 현대자동차에 보은하려고 자회사를 동원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동서 회사를 사줬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KT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KT는 입장문을 통해 "KT텔레캅의 관리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구 전 대표는 올해 3월 말 임기 만료를 사흘 앞두고 직에서 물러났다. 후임 대표로 낙점됐던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 역시 이사회 의결을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KT는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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