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 시초 두고도 논란
전남도의회 등 지역 정치권 폐기 촉구
편찬위 "공람기간 연장하고 공개토론"
광주광역시·전남·전북 호남권 3개 광역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역사서 ‘전라도 천년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제 식민사관에 근거해 서술됐다는 주장에 이어 왜곡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전라도 천년사' 온라인 공람 기간을 7월 9일까지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편찬위원회 측은 "책의 내용에 대한 이견과 쟁점이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공람기간을 연장하고 7월에 공개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편찬위원회가 공람 기간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의견을 접수한 결과 수십 건의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도 천년사'는 '전라도' 명칭을 쓴 지 1,000년이 지난 것을 기념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호남권 3개 광역단체가 2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역사서 편찬 사업이다. 학자 213명이 참여해 34권 1만3,559쪽을 집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 ‘광주 역사바로세우기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가 역사 왜곡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들 단체는 고대사 기술에서 △고조선의 강역 축소와 시기 후퇴 △마한·백제 역사의 왜곡 △임나일본부 기정사실화와 ‘일본서기’ 지명 사용 등이 잘못 표기됐다고 지적했다.
책은 고조선 건국시기를 기원전 8~9세기로 축소하고, 고조선 강역에 대해서도 한반도로 국한했다. 또 삼국사기의 마한 관련 기록을 부정하고 백제 근초고왕이 왜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일본서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썼다.
책은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쓰인 '일본서기' 내용도 차용했다. 책은 "일본은 이 사료(일본서기)를 신공왕후가 신라와 가야를 정벌하고 남만침미다례를 도륙해 백제에 하사했다는 것을 근거로 하지만, 한국은 백제가 전남 남해안까지 영토를 넓혔다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동학농민혁명 시초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책에서는 고창 무장봉기일인 1894년 3월을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점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정읍에서는 고부봉기일인 1894년 1월을 시초로 보고 있다. 정읍시 관계자는 "편찬위원회에 고부봉기의 의미를 정확히 적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광주·전남·전북 국회의원들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왜곡된 사관에 근거해 미래 천년을 이어갈 사서를 기술했다”며 “왜곡된 부분에 대해 편찬위원회가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남도의회도 지난 4일 공동성명을 내고 전면 폐기를 요구했고, 진보당 광주·전남·전북 시도당 역시 3일 성명을 내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에 편찬위원회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일본서기' 지명을 사용하고 일본학자 견해를 소개했다는 이유로 식민사관으로 매도하는 것은 황당하다"면서도 "온라인 공람기간을 연장하고 공개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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