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솔동 한글사랑거리에서 기념행사
'2028년 목표' 한글문화단지 조성 추진
"추상적 문자로 문화 만들기 쉽지 않을 것"
세종에서 세종대왕 탄신일 기념행사가 열렸다. 세종시가 이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 것은 2012년 출범 후 처음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는 한글문화도시를 표방해 출범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터라 이번 세종대왕 ‘모시기’가 세종시의 문화정체성 확립과 도시 이미지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종시는 15일 한솔동 944번지 일대 한글사랑거리에서 세종대왕 탄신일을 기념하는 공식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은 ‘스승의 날’이자 제626돌 세종대왕 탄신일로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경기 여주시 등이 세종대왕 행차재현, 숭모제전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민 공모로 도시의 이름을 지었고, 그 속의 마을, 학교, 교량 등의 이름을 우리말로 붙이는 등 도시 곳곳에 순우리말과 한글을 활용하고서도 제대로 된 행사를 못 열었었다”며 “세종시가 앞장서 창의ㆍ애민ㆍ개척이라는 세종대왕의 꿈을 착착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종황제 종손(황손) 이준씨, 송홍규 학글학회지회장과 일반시민, 외국인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기념식과 함께 한글사랑거리 조형물 제막식이 이어졌다. 앞서 주말이던 14일부터 한글사랑거리에서는 △세종대왕에게 보내는 손글씨 쓰기·전시 △한글 가상현실 체험 △멋글씨(캘리그래피) 쓰기 △한글 자석 인생네컷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솔동 주민 이홍재(66)씨는 "한글사랑거리 조성 후 난잡하던 거리와 간판이 깔끔해졌다"며 “보여 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꾸준히 이어져 세종시는 물론, ‘한글사랑거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행사로 키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글문화수도 세종’을 공약한 최민호 시장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한글문화수도 조성을 위한 사업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최 시장은 세종시 건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이상래 청장과 면담을 갖고 내년 예산 편성에서 한글문화단지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용역비로 3억 원을 책정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한글문화단지는 세종시를 한국어 및 한류 보급과 확산, 교류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한 시설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시장직인수위는 한글문화수도 세종 실현 핵심과제로 한글문화단지 조성을 꼽았다. 한글 교육과 한류·한복·한식 등의 전통문화 체험시설, 예술인창작촌 등 정착 기반 문화 공간 등이 집적화된 시설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시장 공약 사항 이행을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세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여러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시가 구체적인 안을 갖고 온다면 관계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세종시 관계자는 “한글문화단지는 행복청에서 2015년에 이미 기획한 ‘한문화단지’와 같은 개념의 시설”이라며 “국가정책사업으로 추진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종시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가 적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한글은 우리말을 표현하는 문자인데, 추상적인 한글을 이용해서 어떤 문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내용으로 보면 구체성이 떨어져, 조성하더라도 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한글문화 수도를 지향하는 만큼 세종대왕 나신 날 기념행사를 연례화하고 가족 단위 시민들이 한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민 참여형 행사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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