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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왜 아프리카 요충지 수단의 내전을 주목할까

입력
2023.05.15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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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석
김강석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수단 군벌간 분쟁이 한달째 지속되는 수도 하르툼 북부의 건물에서 정부군의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수단 군벌간 분쟁이 한달째 지속되는 수도 하르툼 북부의 건물에서 정부군의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금광·1억 마리 가축, 수단의 가치
미·러 등 글로벌 강대국 손익계산
우리도 수단 가능성 재평가해야

지난달 15일부터 압둘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며 수단의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의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글로벌 강국들까지 저마다의 이해득실을 따져보며 수단 사태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가 수단을 탐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수단에는 경작 가능한 농경지가 많아서 식량안보 위협에 노출된 주변 국가들은 미래 식량자원 확보의 차원에서 관심이 크다. 또한 목축업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다양한 가축을 기르고 있다. 수단 동물자원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대략 양 4,075만 마리, 염소 3,166만 마리, 소 3,092만 마리, 낙타 485만 마리가 수단에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지금도 무역항인 포트 수단에는 해외로 수출되기 위해 기다리는 가축들을 목격할 수 있다.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가장 중요한 광물은 역시 금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금시장에서 판매되는 금의 상당수는 수단에서 공급된다. 여기에 은, 크롬, 구리, 아연, 인산염 등 다량의 각종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의 경우 지금은 분리 독립한 남수단에 주로 매장되어 있다. 남수단은 동아프리카 최대의 석유 생산지 중 하나로, 현재 일일 약 16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된다. 남수단에서 생산된 석유는 대 나일 석유 파이프라인(Greater Nile Oil Pipeline)을 통해 수단의 수도 하르툼을 거쳐 포트 수단으로 이동한다. 장장 1,600㎞에 달하는 해당 파이프라인은 수단의 석유 자원에 눈독 들여온 중국 국영의 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수단은 지정학적으로도 중요성이 큰 나라이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나 과거 하르툼 국제공항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오가는 승객으로 꽤 붐비는 공항이었다. 무엇보다 홍해로 나가는 관문의 항구 도시인 포트 수단은 경제는 물론 정치안보의 관점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 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포트 수단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예전부터 추진해 왔다. 2020년 11월 러시아는 이곳에 해군 기지를 건립하기로 수단과 합의했다는 내용을 담은 협정문 초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계획은 미국의 견제와 수단 내부의 정치여건 변화 탓에 생각만큼 빠르게 진척될 수 없었다. 2021년 10월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주도했던 압둘라 함독 총리가 군부 쿠데타로 물러난 것을 러시아가 내심 반겼던 주된 이유는 해군 기지 건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푸틴 대통령은 현재 수단 내부의 권력 투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오마르 알 바시르 정권이 퇴각한 이후 민주 정부 수립을 지지했던 미국은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방안을 찾고자 한다. 미국과 러시아 간 미묘한 신경전 속에서 지난 4월 24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민간용병기업인 "와그너 그룹이 수단의 갈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외부 행위자들의 이해관계로 인한 개입 속에서 수단 문제 해결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찌 되었건 각국은 앞으로의 정치변동이 자국의 국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수읽기에 골몰하며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민들을 성공적으로 철수시킨 '프라미스' 작전으로 관심이 더 커졌다. 이참에 우리도 수단의 가능성을 재평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품고 수단 분쟁을 바라보면 어떨까 싶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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