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에서 임성재가 5타 차 역전 우승하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4타 차의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긴 부상을 털고 돌아온 ‘송곳 아이언’ 고진영(28)이 2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승째를 따내며 다승 사냥에 성공했다.
고진영은 15일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디펜딩 챔피언 이민지(호주)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서 파를 잡아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6억 원).
고진영은 지난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 2승, 통산 15승째를 기록했다. LPGA 투어 창립자들을 기리는 이 대회에서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 우승한 고진영은 2년 만에 3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파운더스컵에서 3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고진영이 유일하다. 또 이번 시즌 9개 LPGA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한국 선수도 고진영뿐이다.
이번 대회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던 고진영은 3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선두 이민지와 4타 차까지 벌어지며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 들어서자 돌변했다. 3·4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고진영은 7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추가하며 이민지를 1타 차로 압박했다. 반면 이민지는 6번 홀(파3)에서 티 샷을 물에 빠트려 더블보기로 흔들리며 고진영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고진영은 12번 홀(파5)에서 두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뒤 두 번의 퍼트로 버디를 잡았고, 18번 홀(파4)에서 6m의 버디 퍼트를 성공해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연장 승부에서 고진영은 자신의 무기인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고진영은 “티 샷을 4번 아이언으로 했다. 벙커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괜찮았다. 세컨드 샷은 8번 아이언을 선택했는데 평소보다 짧게 날아갔다”고 돌아봤다.
고진영은 10m가 넘는 내리막 퍼트를 홀 50㎝에 붙여 파를 기록했다. 반면 5m 거리의 버디 기회를 만들었던 이민지는 쓰리 퍼트로 보기를 범해 무릎을 꿇었다. 우승 확정 순간 고진영은 두 팔을 번쩍 들고 깡충깡충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사실 3라운드부터 고진영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4주 연속 경기를 하면서 피로가 쌓여 있었다. 그는 “보통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대회장에 오는데 이번 주는 한 시간 전에 와서 공 20개 정도를 치고 퍼트와 칩샷 몇 개만 했다. 그렇게 에너지를 아껴서 모든 걸 경기에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전날 임성재(25)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우리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해 5타 차 역전승을 거둔 것도 큰 힘이 됐다. 고진영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다른 선수 신경 안 쓰고 매 샷에만 집중했다”며 역전까지 이른 과정을 설명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LPGA 명예의 전당까지 필요한 27점 가운데 20점을 얻었다. 통산 15승으로 17점(메이저 1승은 2점)을 쌓았고 두 차례 올해의 선수(2019·2021년)와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2019)으로 3점을 보탰다.
한편 3라운드 공동 2위였던 루키 유해란은 이날 한 타를 잃었으나 4위(8언더파 280타)로 시즌 최고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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