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태국 총선, 투표소 '북적'
"군부 통치 불만이 결과 좌우"
1946년 이후 최고 투표율 추산
단독정부 구성 난항, 연정할 듯
군부 집권 9년에 대한 심판 선거인 태국 총선이 14일 치러졌다. 2014년 5월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두 번째 열리는 선거이자 2020년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첫 선거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군부 심판을 호소했다.
77년 만의 최고 투표율
이날 기온이 섭씨 32도를 웃돌았지만 투표소 9만5,000곳엔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태국 언론 더네이선은 “투표 시작(오전 8시) 20분 전부터 북적였다”고 전했다. 방콕 투표소에서 투표한 라티야 수완위혹(59)은 CNN방송에 “태국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고 싶다. 나쁜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원 의원 500명을 뽑는 이번 선거의 키를 쥔 건 2030세대다. 유권자 5,200만 명 중 42세 미만이 42%에 이른다. 태국 전문가 타이렐 하버콘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교수는 “청년층의 투표율 증가와 군부 통치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총선 결과를 좌우한다”며 “선거에 관심 없던 사람들조차 새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85%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7일 실시된 사전투표 투표율도 91%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7월 공식 발표까지 ‘합종연횡’
투표는 끝났지만, 태국의 미래가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태국은 상원의원 250명, 하원의원 500명을 합친 750명이 다수결로 총리를 선출한다. 상원의원 250명은 군부가 지명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야권이 상원 지지 없이 총리 선출권을 행사하기 위한 매직 넘버는 하원의원 376명이다.
이번 선거에선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인 푸어타이당이 선전했다. 그러나 총선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76명 당선'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군부 정권을 끝내려면 다른 야당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예상대로 푸어타이당이 승리하되 매직 넘버를 채우지 못한다면, 14, 15일 개표를 거쳐 정부가 총선 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올해 7월까지 연립정부 구성을 두고 정치권이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AFP통신은 “푸어타이당이 왕실모독죄와 징병제 폐지를 주장하는 '젊은 피' 전진당과 전진당과 반대 노선인 보수왕당파 진영 사이에서 연정 파트너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표와 총리 선출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8월에 새 정부가 출범하거나 군부가 재집권하게 된다. 군부가 진다면, 선거 결과에 소송을 제기해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키거나 정당 해산 등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있다. 또다시 쿠데타를 벌일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티티폴 팍데와니치 태국 우본라차타니대 정치학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군을 통해 국가를 다스리는 것을 용인하는 기성세대가 적지 않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쿠데타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군부가 엉뚱한 시도를 한다면)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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