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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집행위원장 사의... 부산영화제 위기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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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집행위원장 사의... 부산영화제 위기의 바다로?

입력
2023.05.14 14:04
수정
2023.05.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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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의 능력 고갈돼 중도 사직"
운영위원장 위촉 후 퇴진 표명
일부 영화인 "영화제에 실망해 불참"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9월 7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7회 부산영화제 영화 초청 편수와 행사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9월 7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7회 부산영화제 영화 초청 편수와 행사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국내 대표 문화축제 중 하나인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 5개월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올해 정상 개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허 위원장은 13일 한국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심신의 능력이 고갈돼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에 사직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뜻을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에게 이미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2021년 3월 위촉된 허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형래 부산영화제 홍보실장은 "사직서가 수리된 것은 아니다"라며 "허 위원장 설득을 위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14일 말했다.

허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위촉된 후 나왔다. 부산영화제에 운영위원장 직책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영위원장은 집행위원장의 기존 업무였던 법인 운영 및 일반 사무, 행정, 예산을 따로 총괄하게 된다. 집행위원장은 초청작 선정과 영화제 행사 기획 총괄만 하는 것으로 업무가 줄었다. 영화계에 따르면 허 위원장은 임시총회 이전부터 조 위원장이 위촉되면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에서는 공동위원장제 도입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두 차례 공동위원장제를 실시한 적이 있으나 예외적이었다. 2007~2010년 김동호 이용관 집행위원장 체제는 김 위원장 퇴진을 앞두고 인수인계 측면에서, 2015~2016년 이용관 강수연 집행위원장 체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 벨' 상영으로 영화제가 외압 논란에 휩싸여 위기를 맞으면서 각각 운영됐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용관 이사장이 영화제 내부 영향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여기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 이사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조 위원장은 영화전문지 '씨네21' 기자와 제작자로 일했고, 부산영화제 기획실장과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쳤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조 위원장은 2018년 이 이사장의 영화제 복귀 과정에서 측면 지원했던 인사"라며 "이 이사장의 조직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영화인들은 "특정 인물 위주로 운영되는 영화제에 실망했다"며 영화제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10월 4~13일 열린다.

부산영화제는 허 위원장 사의 표명과 관련, 15일 오후 부산 지역 기자간담회를 연다. 추후 서울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과 영화인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김형래 실장은 "영화계에서 이번 일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오니 직접 가까이에서 설명을 드리기 위해 공청회를 열 것"이라며 "동시에 허 위원장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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