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장 취임 후 첫 현장 행보]
국내 최대 쿠팡 대구3물류센터 방문
고성능 스프링클러·대용량 수조 눈길
1층 도로변에 방재실 설치 "위치 좋아"
소화전·비상구 위치 적색·녹색 표시로
쿠팡 대표 "화재 예방 특화 물류창고"
남화영 청장 "직원들 초기 진압 중요"
"여기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들이 진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류센터에서도 화재 예방에 적극 대비해줘야 한다."
1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쿠팡 대구3물류센터. 닷새 전 임명된 남화영 소방청장이 첫 현장행보에 나섰다. 남 청장은 “법적 안전기준을 크게 능가하는 수준의 첨단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서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왔다”며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지난해 3월 현대건설이 준공한 물류센터는 단일 창고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최고의 방재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대, 최고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기존 물류창고들과 사뭇 달랐다. 지하 2층~지상 10층의 물류센터는 축구장 46개 넓이(33만㎡)의 대규모 시설이었지만, 직원은 10명이 채 안 됐다. 대신 무인 지게차와 무인 운반 로봇이 분주히 움직였다. 라이언 브라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 다수가 지게차 작동 중에 발생하지만, 여기선 그럴 일이 없다”며 “센터를 지으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직원의 부주의에 의한 화재 비율이 높은 만큼 화재 발생 가능성도 줄였다는 게 브라운 대표의 설명이다.
아파트 3층 높이에 해당하는 10m 층고에 가로 348m, 세로 166m 실내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남 청장은 “불이 나면 지휘관들이 소방관들에게 투입 명령을 내리기 주저될 정도로 큰 공간”이라며 “여기 있는 분들이 물류센터에 설치된 소방 관제 시설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초기 진압 훈련이 지속해 이뤄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 및 물류센터 화재안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규정이 모든 틈을 메울 수 없는 만큼 직원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주문 배달 플랫폼 활성화로 물류 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물류 창고 화재도 빈번해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7,126건의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해 66명이 숨지고 232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도 1조77억 원에 달한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2,810건의 산불로 9,000ha를 태우면서 낸 피해액(5,919억 원)의 두 배 수준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기준(분당 80리터)보다 배로 많은 물을 뿌리는 고성능 스프링클러와 기준(59톤)보다 16배 이상 많은 물을 보관하는 수조, 기준보다 많은 개수의 소화전 등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재 시설을 갖췄다. 남 청장은 “규정은 어디까지나 규정이고, 이 정도 규모에서 불이 나면 저수조 물은 물론 상수도에 물린 소화전으로는 턱도 없다”며 시설 특성을 고려한 성능 위주의 시설물 설계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백m 거리에서도 구별이 가능한 녹색 벽과 적색 기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붉은색 기둥에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소화전이 여기에 있다’는 뜻이고, 초록색은 ‘밖으로 통하는 문이 이쪽에 있다’는 뜻”이라며 “창고 어디서든 피난 계단까지 4분 내 도달하는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말 대구소방본부가 주관하는 소방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시설"이라고 귀띔했다.
남 청장은 1층 도로변에 설치된 방재실 위치를 보고 무릎을 쳤다. 그는 “유사시 소방관들이 가장 먼저 접수해야 하는 곳이 방재실이지만 대부분 지하나 건물 중심부에 있어 접근이 어려워 신속한 화재 진압에 애로가 있었다”며 “이런 점은 다른 데서도 보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대표도 “대구물류센터는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와 구조가 달라 비교하기 어렵지만, 최고의 소방안전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화재 예방에 특화된 물류창고의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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