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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천연기념물 진돗개, 500만원에 거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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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천연기념물 진돗개, 500만원에 거래 가능"

입력
2023.05.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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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구조네트워크 진도군 개농장 방문해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 구입 가능 확인
진돗개 관리체계 구멍, 철저한 관리 필요


전남 진도군의 한 개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전남 진도군의 한 개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동물보호단체가 천연기념물 제53호로 보호·관리해야 하는 진돗개를 돈으로 살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진돗개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천연기념물 진돗개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허가 없이 '진도개보호지구'인 전남 진도군 밖으로 반출해선 안 되고, 돈을 주고 사고팔아서도 안 된다.

12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달 초 단체는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진돗개를 구입해 진도군 밖으로 반출하는 사례가 만연하다는 제보를 받고, 진도군 내 한 개농장을 찾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세 살짜리 암컷 진돗개 구입을 희망하자 농장주 A씨는 500만 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OO이는 새끼를 아주 예쁘게 낳는다"며 "다른 사람들도 1,000만 원에 팔라고 했지만 새끼를 낳기 위해 안 팔았다"고 했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가 전남 진도군의 한 개농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가 전남 진도군의 한 개농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농장주는 천연기념물 진돗개를 진도군 밖으로 반출하는 게 불법임을 알고 있었다. A씨는 "등록증은 발급 못 해준다"며 "(그럴 경우) 몇 천만 원 물고 감옥에 간다"고 설명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무단 반출 행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는 혈통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설명했다. A씨는 "육지에 20만 원을 주고 OO진돗개 협회에 등록해놨다"며 "그곳을 찾아가면 족보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혈통서를 발급해주고 있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가 천연기념물을 진도군 밖에서 기르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협회장 B씨는 "천연기념물 단속 자체를 안 한다"며 "천연기념물 등록칩과 별도로 반려동물 등록칩을 박아도 되며 A씨 농장은 우리 협회에 가입돼 있어 사진만 가져오면 혈통서를 발급해준다"고 답했다.

한국일보는 입장을 듣기 위해 A씨에게 연락했지만 A씨는 "그런 일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남 진도군의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는 진돗개들. 이 농장에서는 천연기념물 진돗개 예비견 2마리가 발견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전남 진도군의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는 진돗개들. 이 농장에서는 천연기념물 진돗개 예비견 2마리가 발견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천연기념물 소유자는 소유자 변경, 분실, 폐사 등 변경사항 발생 시 진도군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차 100만 원, 2차 150만 원, 3차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진돗개의 반출이 시도되는 것은 천연기념물 관리체계의 허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진돗개 변경사항을 소유주 신고에만 의존해왔다. 또 진도군이 사육농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지만 연 1회에 불과해 모든 농장의 거래나 변경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농장주 C씨는 "예전에는 예비견뿐 아니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도 그냥 진도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며 "지금도 암암리에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개를 팔고 나중에 점검 나왔을 때 죽었다고 얘기하면 된다"며 "당국 입장에선 사체를 발견하지 않는 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보전을 위해 지정한 천연기념물 진돗개가 실제로는 돈벌이 수단에 동원되고 있는 게 드러났다"며 "천연기념물 관리체계에 구멍이 있는 게 확인된 만큼 진도군이 진돗개 변경사항을 보다 철저히 관리,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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