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윤석열 정부 교체 공직자 1위 한동훈"
정치검사 vs 정치단체... 참여연대와 이례적 설전
文 정부 때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공방 악연
"시민단체에 정치색 씌워… 공정성 상실" 비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윤석열 정부 '퇴출 1순위 공직자'로 지목한 참여연대와 사흘째 거친 설전을 이어갔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특정 시민단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비아냥이 섞인 입장이 여과 없이 표출되면서 한 장관의 대응 방식에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장관과 참여연대 사이의 악연도 회자되고 있다.
한동훈, '퇴출 1순위' 결과에 발끈 참여연대 비난
한 장관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참여연대가 나를 ‘정치검사’라고 했다. 정치검사라는 말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잘 보이기 위해 수사하는 검사’를 말하는 걸 텐데, 내가 20여 년간 한 수사 중 단 하나라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참여연대가 한 장관을 두고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검사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반박에 나선 것이다.
한 장관과 참여연대의 갈등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참여연대가 ‘교체해야 할 고위공직자 8인’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참여연대가 시민 4,813명에게 복수 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결과, 한 장관이 1위(69%)를 차지했다. 참여연대는 한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고위공직자 8명의 경질을 요구했다. 한 장관은 같은 날 즉각 입장문을 통해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아쳤다.
참여연대는 다음 날(11일) “장관이든 누구든 시민단체를 비판할 수 있지만 왜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검사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그러자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권 요직에 들어갈 번호표 뽑고 순서 기다리다가, 정권 바뀌어 자기들 앞에서 번호표 끊기자마자 다시 심판인 척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참여연대는 이에 "현 정권에 진출한 전·현직 검찰 인사들을 세어 보고 이후 총선을 통해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려는 검찰 관련 인사들을 헤아려 본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온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것으로 검찰공화국에 대한 비판을 비껴가려는 입씨름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장관을 저격했다.
검사 시절에도 '검언유착' 의혹 두고 참여연대와 갈등
한 장관과 참여연대의 공방은 처음이 아니다. 참여연대가 2021년 '문재인 정부 4년 검찰 보고서'를 발간하자, 한동훈 당시 검사장은 참여연대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며 발끈했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알려진 바대로 한동훈 검사가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특정인의 형사처벌을 통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으로 증거 조작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장관은 이에 "참여연대는 법적 책임을 두려워해 허위사실을 말하면서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그런 식이라면 '참여연대가 특정 권력과 유착한 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법으로 참여연대의 처참한 공신력 추락을 말해도 되는 건지 되묻는다"고 응수했다.
검찰 안팎에선 법무부 장관이 연일 참여연대와 입씨름하는 것을 두고 한 장관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무위원인 현직 장관이 특정 시민단체와 설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이라는 게 당파성을 초월해 공정하게 집행돼야 하는데, 법무부 수장이 시민단체를 두고 정치색이 있다고 낙인찍는다면 이미 공정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이 부서 업무와 아무 관련 없는 개인적인 입장을 법무부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이 대변인실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출입기자에게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장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법무부 직원들은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법무부의 한 직원은 "외부에서 문의가 많이 와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장관이 저렇게 전면에 나서면 직원들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한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에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사적인 의견은 개인적 공간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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