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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입법 리더십’ 보여줄 때다

입력
2023.05.12 18:00
수정
2023.05.12 18: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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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에선 대통령 리더십 절실
내치는 외교와 달라…협치가 관건
국정 성과는 입법적 성공에 달려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1주년인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1주년인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제 역사가 긴 미국에서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부형태가 반드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건 아니었다. 공화당 대통령이었던 닉슨, 레이건, 부시 정부 때는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이나 상원 혹은 양원 모두에서 다수파였지만 주요 안건들이 별 어려움 없이 통과됐다. 반대로 카터 대통령의 경우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이 다수당이었지만 입법과정에서 의회와 충돌이 잦았다. 때문에 여소야대에서도 대통령의 지도력에 따라서 혹은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정국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게 그간의 연구 결론이다.(함성득, ‘대통령학’)

여소야대에서 1년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은 어땠나. 국회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입법 리더십’ 차원에서 보자면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하루 전날 국무회의 생중계 발언에서도 “거야의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발목 잡기에 따른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의회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쟁점 입법을 밀어붙였고,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대통령 주변을 향해 혹독한 의혹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각론을 들여다보면 국정과제 이행의 부진을 야당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정부가 내건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은 '69시간 근로시간' 논란 이후에 길을 잃은 모습이고, 교육개혁은 아직 선명하게 와닿는 게 없다. 연금개혁 또한 시급성만 부각됐을 뿐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부와 국회 모두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어디서도 대통령 의제가 입법부 반대로 정체되고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여권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외교와 내치는 다르다. 외교정책의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가치동맹을 내세워 전략적 선명성을 선택한 현 정부 노선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국내정책은 이익 조정과 의견 조율에 따른 반응이 쏜살같이 빠르다. 논란이 됐던 ‘만 5세 취학연령’ 정책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간 여당 지도부와는 7번 회동을 하고 야당과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야당 대표가 형사 피의자라 만날 수 없다’는 이유를 댄다. 그렇게 1년이 흐르는 동안 협치는 실종했고 가파른 진영 대결만 남았다. 누가 더 손해일까.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은 대통령 의제가 국회에서 법률로 입법화돼 적시에 실행되는 입법적 성공에 달려 있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쪽은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취임 1년 30% 중반의 초라한 국정지지율을 앞에 두고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목표만 떠올리는 건 도박판에서 요행을 바라는 심리를 떠올리게 한다.

앞서 성공한 미국 대통령으로 언급한 레이건은 취임 초 여소야대 상황에서 100일 동안 49차례에 걸쳐 여야 의원 467명을 직접 만나서 소통을 통한 정치적 협상에 나섰다. 39만 표라는 적은 표차로 승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환경에, 행정부마저 DJP연합으로 권력을 나눈 상태였는데도 IMF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다. 대선에서 0.73% 차이로 이긴 윤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지지층에만 편승해 ‘대통령의 결단’을 앞세우는 건 외교에선 가능할지 몰라도 내치에선 통하지 않는다. 상대를 인정하고 비판과 반대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 지혜를 얻어 국가적 난제를 뚫고 나갈 수 있다. 전 정부와 야당 탓만 하기엔 임기 5년은 너무 짧다.

김영화 뉴스1부문장 겸 정치부장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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