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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메커니즘

입력
2023.05.14 12: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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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석
기민석목사ㆍ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렘브란트의 '예루살렘의 파괴를 슬퍼하는 예레미야' ⓒ게티이미지뱅크

렘브란트의 '예루살렘의 파괴를 슬퍼하는 예레미야' ⓒ게티이미지뱅크

자기 머리가 물 주전자가 되길 바라던 자가 있었다. "내가 낮이나 밤이나 울 수 있도록, 누가 나의 머리를 물로 채워 주고, 나의 두 눈을 눈물 샘이 되게 하여 주면 좋으련만."(예레미야 9:1) 종일 울고 싶다는데 상상하자니 좀 우습다. 머리에 뚜껑을 열고 누가 물을 가득 부어 주어서 종일 마르지 않는 눈물을 철철 흘리고 싶다니 말이다.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엉엉 울어 보았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눈물이 별로 없고, 민망해서 절대 소리 내 울지도 않는다.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 울보도 많지만, 나처럼 우는 것에 인색한 이도 많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하나님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자라고 칭찬했던 다윗은 울보였다. 아들이 죽었을 때 그는 민망할 정도로 울었다. 아들이 죽으면 누구든 대성통곡을 하겠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아들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을 왕궁에서 쫓아내고 아버지의 여자들을 대낮에 공개적으로 욕보였던 패륜아다. 같이 쫓겨났던 왕의 친위대가 압살롬을 죽이고 나서, 다윗은 간신히 왕궁에 복귀했다. 그런데 다윗은 목 놓아 울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파서, 성문 위의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울었다. 그는 올라갈 때에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 압살롬아, 너 대신에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고 울부짖었다."(사무엘하 18:33) 목숨을 걸고 자신을 회복시킨 장수들 앞에서는 자제했어야만 했는데 대성통곡을 하자 대장이었던 요압은 울면 안 된다며 감히 왕을 꾸짖기까지 했다. 울보 다윗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어느 시는 이렇게 말한다. "밤마다 짓는 눈물로 침상을 띄우며, 내 잠자리를 적십니다."(시편 6:6)

자기 머리가 물 주전자가 되길 바랐던 이는 선지자 예레미야였다. "나의 기쁨이 사라졌다. 나의 슬픔은 나을 길이 없고, 이 가슴은 멍들었다."(예레미야 8:18) 그 이유는 자신의 백성이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완전히 차단되었고, 유일하게 도울 수 있는 하나님마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예레미야는 상처와 슬픔, 공포에 사로잡히고 만다. 진퇴양난의 절망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그저 엉엉 우는 것이었다. 머리가 주전자가 되고 눈이 열린 꼭지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 성경 본문의 결론은 그저 울자는 것이었다.

운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그런데 과학은 울라고 한다. 엉엉 울고 나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사람은 놀랍게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가슴이 시원해지고 기분도 나아진다. 오히려 참으면 반대로 건강에 해롭다.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운다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뿐만 아니라 성경도 울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너희는 진심으로 회개하여라. 나 주가 말한다. 금식하고 통곡하고 슬퍼하면서, 나에게로 돌아오너라.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요엘 2:12-13) 뉘우치지만 말고, 실컷 울고 나서 맑고 안정된 마음으로 다시 신앙생활을 하라는 뜻 같다. 기도하며 우는 것은 감정 표현으로 진정성을 나타내라는 또 하나의 신앙적 짐이 아니다. 울면 그 마음이 위로받을 수 있고, 울면 진정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갈 기운을 찾는다. 하나님이 인간을 설계한 진짜 창조주라면, 눈물의 메커니즘을 잘 아실 것이다.

중년이 된 친구들이 걸핏하면 눈물을 흘린다. 마음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눈물의 효과에 눈을 떠서일까?

기민석 목사·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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