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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판매 스타트업은 어떻게 명품을 확보할까

입력
2023.05.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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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명품 판매 스타트업 '구하다' 체험기 1회

인터넷으로 명품을 판매하는 구하다는 2019년 윤재섭 대표가 창업한 신생기업(스타트업)입니다. 해외 명품을 들여와 자체 쇼핑몰과 각종 국내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통해 판매합니다.

명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높습니다. 그중에서 한국은 명품 소비가 많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렇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 해외 명품업체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합니다. 유럽의 수많은 명품업체들은 한국에 직접 진출하거나 관련 업체들을 통해 국내에서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명품 판매업체들은 차별화가 중요합니다.

구하다가 내세우는 차별화된 경쟁력은 해외 명품 관련 업체들과 직접 계약입니다. 유럽의 130여 개 1차 판매업체(부티크)와 직접 계약을 맺고 명품을 확보합니다. 부티크란 명품 제조업체에서 판매 권한을 받은 일종의 도매상입니다.

구하다 제품기획자들이 외부 쇼핑몰에 판매할 명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손서영 인턴기자

구하다 제품기획자들이 외부 쇼핑몰에 판매할 명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손서영 인턴기자

영업을 총괄하는 최고영업책임자(CSO)인 조경환 이사는 계약을 맺을 부티크를 발굴하기 위해 숱하게 해외 출장을 다닙니다. "명품업계는 거래 및 영업 방식이 비밀이어서 이를 파악하기 위한 상담을 받기도 해요. 그렇지만 돈 없는 스타트업이 그럴 여력이 없으니 윤 대표를 포함한 최고책임자들과 함께 사전 정보도 없이 무작정 이탈리아에 갔어요. 명품 상점들이 즐비한 밀라노의 명품거리에서 부티크들을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죠."

끊임없이 두들겨 문을 열 듯 직접 찾아가니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루 200㎞씩 운전해 부티크를 방문했어요. 부티크를 만나 그들의 운영 방식을 듣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죠. 그러다 부티크 운영자가 저희를 기존 거래처로 착각해 운 좋게 제품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어요."

무명의 한국 스타트업이 콧대 높은 명품을 다루는 유럽 부티크와 계약을 맺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명품 판매는 유통업체보다 부티크가 우선권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유럽의 부티크들은 언어나 문화 등 전혀 공통점이 없는 한국 스타트업을 반기지 않아요. 3대에 걸쳐 100년 이상 일한 부티크들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한국 스타트업과 쉽게 거래하려 들지 않죠."

기업을 상대로 영업 경험이 많은 조 이사는 한국 명품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상세한 판매 계획으로 부티크를 설득했습니다. "창업 초기에 한국 명품시장이 크게 성장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부티크들에 호소했죠. 어떤 종류의 명품을 확보해 얼마나 판매할 수 있을지 자세한 사업 계획을 보여주며 설득했어요."

덕분에 조 이사는 새로운 부티크들과 계약할 수 있는 비결을 터득했습니다. "회사를 소개하려고 준비한 영어 대본을 외워서 어떤 상황이든 1, 2분 안에 빠르게 회사를 알릴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을 질문으로 끝내 부티크 담당자와 대화가 이어지게 만드는 것도 나름 비결이죠."

그런 노력 끝에 130개 이상 부티크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직접 계약한 부티크 수가 늘어난 지금 1년에 두 번, 패션쇼가 자주 열리는 시기에 맞춰 봄, 가을 주기적으로 해외 출장을 갑니다. "패션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시기가 봄, 가을이에요. 여기 맞춰 매년 3, 9월 출장을 가요."

조 이사는 명품 판매를 확대하려면 부티크와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 기업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매출뿐이죠. 나라마다 인기 제품이 달라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없지만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 있어요. 이런 제품들을 적절히 발굴해 매출이 오르면 관계가 돈독해지죠. 이런 상품들을 다양한 쇼핑몰과 연계해 판매하며 매출을 키워야죠."

진영호 구하다 세일즈 팀장이 사전 주문할 명품을 확인하고 있다. 손서영 인턴기자

진영호 구하다 세일즈 팀장이 사전 주문할 명품을 확인하고 있다. 손서영 인턴기자

직계약을 맺은 부티크에서 어떤 상품을 들여올지 결정하는 일은 진영호 세일즈 팀장이 맡습니다. 의류학과 출신으로 오랜 기간 패션업계에서 구매 담당자로 일한 진 팀장은 상품을 고를 때 유행하는 디자인과 가격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패션 전문지,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옷차림을 눈여겨봤다가 부티크에서 상품 목록을 보내오면 적절한 가격의 상품을 사죠."

유행할 상품을 미리 예측해 재고를 확보하는 사전 구매도 그의 몫입니다.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에 가져오는 것이 구매의 핵심이죠. 이를 위해 미리 인기를 얻을 만한 명품을 사전 구매해 재고를 확보합니다."

패션 흐름을 미리 알 수 있어 재미있어 보이지만 그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면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는 유럽 부티크와 일해야 해서 늦은 시간까지 업무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많은 부티크가 있는 이탈리아와 시차가 7시간 이상 나서 어쩔 수 없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요. 밤새 쌓인 메일을 오전에 확인하고 이탈리아 부티크 직원과 업무 시간이 겹치는 오후 4~5시 이메일로 주문 요청이나 재고 확인 등 정보를 주고받아요."

해외 부티크와 거래하려면 능숙한 영어 실력이 필수입니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도 자국어보다 영어로 사업해요. 따라서 영어로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해요. 유창한 영어 구사를 위해 꾸준히 영어 과외를 받고 있어요."

확보한 명품은 제품 기획자(MD)의 손을 거쳐 판매됩니다. MD들은 외부 쇼핑몰과 인터넷 홈쇼핑에 해당하는 실시간 전자상거래 방송(라이브 커머스)에서 명품 판매를 기획합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기획하는 이아름 MD에 따르면 간혹 진품 여부를 묻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한창 유통업계에 가짜 명품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서 라이브 커머스로 이용자와 소통하다 보면 '진품 맞냐'는 질문을 종종 들어요."

구하다는 진품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회원사로 등록했습니다. TIPA는 해외 상품을 수출입할 때 통관 단계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감정하는 단체입니다. "TIPA 심사위원이 회사 물류창고를 방문해 판매하는 명품들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어 갔어요. 한 달 반 검증 끝에 지난 1월 말 회원사 가입을 승인받았죠. 신청부터 승인까지 총 5개월 걸렸어요."

앞으로 이 업체는 TIPA 회원사 가입을 계기로 명품 상표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가짜 제품 판매를 근절해 소비자를 적극 보호할 계획입니다. "TIPA 회원사로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지식재산권을 보장해 위조품이나 가짜 제품 판매를 막겠습니다. 하반기 TV홈쇼핑에 진출 예정인데 이전에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죠."

H(손서영 인턴기자)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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