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말 그대 ‘새로운 브랜드들의 대잔치’와 같았다. 짧은 시간에도 수 많은 브랜드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철학, 그리고 다채로운 차량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장을 던진 브랜드가 바로 크라이슬러(Chrysler)다. 그리고 크라이슬러는 ‘럭셔리 브랜드’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 ‘임페리얼(Imperial)’을 개발하고 곧바로 시장에 출시했다.
크라이슬러의 가장 화려한 존재, ‘임페리얼’은 과연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1926~1930 / 브랜드의 희망을 담은 초대 임페리얼
크라이슬러는 브랜드를 출범한 이후 미국의 ‘고급차 시장’의 공략을 위한 차량을 필요하다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앞서 출시되었던 ‘크라이슬러 식스’의 기술적 바탕에 더욱 큰 엔진, 그리고 더욱 화려한 연출을 더한 차량을 개발했다. 바로 크라이슬러의 임페리얼이 등장한 것이다.
첫 임페리얼을 먼저 출시된 크라이슬러 식스보다 더욱 큰 체격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디테일의 매력을 더해 시각적인 차별화를 이뤄냈다. 여기에 당대의 차량 제작 기조에 맞춰 로드스터, 쿠페, 세단 그리고 리무진 등 다채로운 형태로 제작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보닛 아래에는 6기통 4.7L 엔진이 탑재되었고 추후 5.1L 엔진이 추가되어 성능의 매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초대 임페리얼은 차량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 대륙 횡단 및 인디 500의 페이스카로 투입되는 등 다채로운 활약을 펼쳤다.
1931~1933 / 더욱 거대한 체격으로 피어난 2세대 임페리얼
초대 임페리얼의 뒤를 이어 등장한 2세대 임페리얼을 당대 고급차들의 ‘체격 확대’ 기조에 맞춰 더욱 큰 체격을 갖췄고, 더욱 화려한 디자인과 각종 디자인 요소를 더해 시각적인 차별화를 이뤄냈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로드스터, 쿠페, 세단 그리고 리무진 등 다채로운 형태를 지원했고, 실내 공간 역시 고급스러운 연출을 통해 높은 가치를 선사했다. 더불어 엔진 진동 억제를 위한 ‘플로팅 파워’ 기술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2세대 임페리얼은 다채로운 ‘세부 트림’ 및 라인업을 갖췄고 엔진은 8기통 엔진이 새롭게 추가되어 더욱 거대한 체격을 능숙히 대응했다. 참고로 2세대 임페리얼은 최고 속도 기록 경쟁 및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출전하기도 했다.
1934~1936 / 크라이슬러의 ‘미래’를 담은 3세대 임페리얼
1934년, 기술적으로 3세대에 이른 임페리얼을 새로운 디자인 기조를 제시한다. 바로 ‘에어플로우(Airflow)’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어플로우는 말 그대로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더욱 유려하고 세련된 감성은 물론이고 정숙성과 효율성의 개선을 이뤄내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발 및 디자인 기조를 통해 3세대 임페리얼을 기존의 임페리얼, 그리고 이후의 임페리얼과 비교했을 때에도 더욱 낮게 그려진 루프 라인, 그리고 곡선이 강조된 차체 형태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 크라이슬러는 이러한 디자인을 강조한 ‘에어플로우’ 사양을 개발, 출시하기도 했다.
3세대 임페리얼을 쿠페, 세단 그리고 리무진 사양으로 개발되어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의 가치를 고스란히 계승했다. 더불어 2세대부터 이어지는 직렬 8기통 엔진의 존재감을 고스란히 계승해 ‘성능의 여유’ 역시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크라이슬러는 3세대 임페리얼을 통해 ‘력셔리 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졌다. 실제 캐딜락 시리즈 90, 롤스로이스 팬텀 3, 팩커드 12, 메르세데스-벤츠 770 등과 경쟁을 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37~1939 / 많은 에피소드를 품은 플래그십, 4세대 임페리얼
3세대 임페리얼이 극한의 공기역학을 고려한 차량이었다면 4세대 임페리얼은 이러한 개발 기조를 반영하면서도 ‘화려한 연출’에 힘을 써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4세대 임페리얼을 거대한 체격과 화려한 연출, 그리고 특유의 낮은 윈도우 라인으로 독특한 감성을 제시했다. 특히 프론트 그릴의 연출과 헤드라이트 등의 입체적인 구성은 당대의 디자인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클래식한 스타일의 패널과 곡선의 연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실내 공간 역시 고급스러운 연출을 통해 플래그십 모델의 가치를 선사했다. 참고로 4세대에 이르며 임페리얼을 세단과 리무진 사양으로만 개발되어 ‘쿠페 및 로드스터’의 선택지는 다른 차량에게 계승되었다.
직렬 8기통 엔진과 3단 수동 변속기,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가진 4세대 임페리얼을 우수한 운동 성능과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을 통해 전세계의 다양한 고위직, 혹은 리더십들의 차량으로 사용되었다.
1940~1948 / 임페리얼 역사의 가장 화려한 순간, 5세대 임페리얼
임페리얼 역사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시기는 바로 5세대 임페리얼이다.
실제 5세대 임페리얼을 사실 상 단 하나의 사양으로 제작되었고, 넉넉한 공간의 세단과 리무진으로만 생산되었다. 세단과 리무진 사양이 각각 5.7m와 5.9m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고 실내 곳곳에도 더욱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적용했다.
특히 실내 공간의 소재와 연출 등에 있어 많은 신경을 쓰며 고급스러운 차량을 원하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 역시 ‘임페리얼 크라운 시리즈’로 명명해 지금까지의 임페리얼과의 차이를 드러냈다.
보급형 모델로 출시된 뉴요커의 역량을 늘린 덕분에 독보적인 존재로 구성된 5세대 임페리얼의 보닛 아래에는 직렬 8기통 5.3L 엔진이 적용되었고 3단 변속기와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이 적용되었다. 경쟁 모델은 캐딜락 시리즈 75와 패커드 커스텀 슈퍼 클리퍼 등이었다.
한편 5세대 임페리얼은 제2차세계대전, 그리고 태평양 전쟁으로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1949~1954 / 크라이슬러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6세대 임페리얼
크라이슬러 브랜드는 출범 이후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드를 이끌었던 임페리얼 역시 6세대에 이르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전쟁을 거치며 얻은 제조 기술과 소재, 그리고 미국의 경제 성장 덕분에 6세대 임페리얼을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이며 다채로운 변화를 제시한다.
실제 6세대 임페리얼은 세단과 리무진 외에도 2도어 쿠페, 하드톱 모델, 컨버터블 모델 등을 제시했고 ‘임페리얼’을 더욱 화려하게 구성한 ‘크라운 세단’과 ‘크라운 리무진’을 추가로 더하며 가장 다채로운 ‘임페리얼 라인업’을 구현했다.
거대한 체격과 화려한 크롬 장식을 적용한 곡선의 차체는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을 통해 ‘고급스러운 차량’의 이미지를 능숙히 구현했고, 보닛 아래에는 직렬 8기통 엔진과 헤미헤드 V8 엔진을 적용해 ‘기술 발전’을 입증했다.
1953년 ‘임페리얼 커스텀’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성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디스크 브레이크를 비롯해 에어컨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대의 크라이슬러는 다채로운 기술 요소를 담아내 ‘캐딜락’과의 기술 경쟁을 펼치며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났다.
임페리얼의 시간
크라이슬러는 임페리얼의 성공에 심취했고, 임페리얼은 말 그대로 ‘성공의 보증수표’로 평가 받았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임페리얼을 독자 브랜드로 출범, ‘고급차 라인업’을 더욱 다채롭게 구성하고자 했다.
1955년 출범한 임페리얼 브랜드는 말 그대로 ‘호기로운 시작’을 알렸고, 새로운 기술 및 특별한 요소들을 제시했지만 시장에서의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1983년까지 꾸준히 ‘독자 브랜드’의 시간을 거쳤지만 결국 폐지되었다.
1990~1993 / 다시 돌아온 크라이슬러의 임페리얼
1990년, 크라이슬러는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다채롭게 구성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임페리얼’을 부활시켰다.
거대한 체격은 그대로 계승되었고, 당대의 디자인 기조에 맞춘 화려한 연출 및 직선적인 구성 등이 적용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같은 구성을 갖춘 보급형 모델, ‘뉴요커’와 유사했지만 소소한 차이를 보이며 ‘세그먼트 구분’을 이뤄냈다.
실내 공간에도 고급스러운 가죽과 우드 패널,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고급스러운 요소를 더했고, 오토 에어컨과 크루즈 컨트롤 등 다채로운 기능을 통해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실적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실제 판매 기간 동안 4만 대를 갓 넘긴 판매량에 만족하며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2006 / 시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임페리얼 컨셉
2006년, 크라이슬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새로운 컨셉 모델 ‘임페리얼 컨셉’을 제시한다.
크라이슬러의 대형 차량을 위한 LY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고, 거대한 체격을 제시한 임페리얼 컨셉은 ‘크라이슬러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것 같았다. 거대하고 화려한 프론트 그릴과 큼직하게 그려진 헤드라라이트, 그리고 거대한 볼륨이 돋보이는 체격은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는 2007년 7월, 임페리얼 프로젝트의 폐지를 알렸다. 대신 임페리얼을 위해 준비했던 일부 요소를 활용해 새로운 차량을 개발했다. 이 차량이 바로 이후 미국식 대형 세단의 한 축이 되었던 ‘300(300C)’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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