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부터 3년간 경기 양평군의 한 주택가에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1,200여 마리를 굶겨 죽인 ‘양평 동물 대량학살 사건’의 범인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최고 형량인 징역 3년형이 선고됐습니다. 동물단체들까지 나서 반긴 이번 판결로, 향후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엄벌 기조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형사1단독(판사 박종현) 은 11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과 동일한 이번 판결은 동물보호법을 위반 사범에게 내려지는 최고 형량입니다. 앞서 선고된 최고 형량은 지난해 9월 '포항 길고양이 연쇄살해범'에게 내려진 징역 2년6개월형입니다.
A씨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3년 넘게 유기견이나 번식장에서 기르던 개와 고양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먹이를 주지 않고 굶겨 죽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렇게 희생된 동물들은 약 1,2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고물을 수집하던 도중 주변 사람들로부터 ‘개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가 개를 데려가는 대가로 받은 돈은 마리당 1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양평 동물 대량학살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성의 있는 대응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월, A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검찰 역시 선고를 앞두고 A씨를 징역 3년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주거지인 범행 현장은 쓰레기와 오물, 사체가 뒤섞여 있었고, 극심한 냄새가 났다”며 “그 자체가 거대한 무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무고한 생명이 고통받으며 희생당한 사건인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생계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며 “피고인에게 개를 떠넘긴 번식장들이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재판부는 “(피해 동물) 개체 수가 너무 많다”며 “피해 동물들이 죽어갈 때 겪은 고통을 생각할 때 죄가 매우 중하다”며 검찰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판결 직후 재판을 참관하던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환호하며 “판사님 감사하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양평 동물 대량학살 사건이 발생한 뒤, 사건의 해결을 위해 결성된 '양평 동물 대량학살 사건 주민대책위원회' 김성호 공동대표(한국성서대 교수)는 판결 직후 동그람이에 “동물학대범에게 최고형이 내려진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공동대표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국내 동물생산업의 문제를 다시금 점검하고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