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 자율규제 방안 발표
오픈마켓 계약서 구체화
수수료 및 광고비 책정 기준 공개
"자율규제 부실할 경우 추가 정책규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영업 비밀'이라며 꽁꽁 감춰뒀던 수수료 및 광고비 책정 기준을 공개한다. 국내 온라인 쇼핑을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들과 무신사, 쿠팡, 11번가 등은 당분간 거래 수수료를 동결한다. 플랫폼 업계는 "온라인 쇼핑 혁신과 상생의 시작점"이라고 평가했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플랫폼 갑질'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픈마켓 수수료·광고비 기준 공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동안 논의한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별도의 입법이나 제도 개선 없이 곧장 현장에 도입된다. 채선주 네이버 ESG 대외 정책 대표와 카카오 홍은택, 티몬 류광진, 위메프 김효종 대표이사 등 플랫폼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가 엮여 있는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은 자영업자가 플랫폼 기업 오픈마켓에 입점할 경우 계약서에 계약 기간과 계약 변경 및 해지 절차를 명확히 적도록 했다. 상품 판매 수수료와 광고비 요금 기준을 입점업체에 알리고 홈페이지와 안내 페이지를 통해 공지해야 한다. 소비자가 포털 사이트에 물건을 검색할 경우, 상단에 노출되는 검색 노출기준도 안내한다. 입점업체를 내보낼 때도 계약 해지 15일 전까지 계약 해지 사유를 자세히 설명키로 했다.
자영업자들과 소비자 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내용들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 계획이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자영업자들은 '절대 을'에 놓였던 계약 관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무중이었던 수수료 책정 기준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예산 투입과 제품 개발 투자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포털 사이트 상단에 어떤 쇼핑몰이 어떤 기준으로 노출되는지 파악할 수 있어 맞춤형 마케팅도 노려볼 수 있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기 피해를 당할 경우 문제 해결을 규모가 작은 입점업체에만 맡겨두지 않고 자신들이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자금력과 인력이 충분한 플랫폼 기업이 나설 경우 소비자들의 사기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규제 부족하면 정책규제"
플랫폼 자율규제에 참여한 기업들은 결제 수수료 인하 등 자영업자들과 상생 방안도 내놨다. 카카오는 올 한 해 수수료를 올리지 않고 신용카드에만 적용됐던 소상공인 수수료 우대 정책을 카카오페이와 휴대폰 결제, 무통장 입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1번가는 새로 입점하는 자영업자들의 수수료를 6%로 1년 동안 유지한다. 지마켓은 소상공인 판매 지원을 위한 전용 기획전을 마련한다. 쿠팡은 하반기부터 쿠팡 메인페이지에 노출되는 '착한상점' 카테고리에 '자율규제 상생기획전'을 추가하기로 했다. 무신사는 1년 동안 매출 하위 50% 입점사 약 3,600개 업체를 대상으로 결제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네이버, 롯데쇼핑, 위메프, 티몬 등은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한 브랜드 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만 여전히 플랫폼 자율규제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많다. 본질적으로 자율규제인 만큼 발표된 내용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우려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플랫폼 갑질 해소의 근본적 대책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를 동등한 관계로 올리는 것"이라며 "입점업체들의 단체 구성권과 교섭권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관련 내용이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플랫폼 기업 오픈마켓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결제, 배송, 입점 수수료 등을 다 합치면 거래액의 30%를 수수료로 낸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수수료를 동결한다고 하지만 소상공인들 요구는 동결이 아니라 과도하게 상승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에 대해서도 "30%라는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줄여달라는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며 "입점업체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적정한지도 들여다보지 않은 플랫폼 기업들의 독백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플랫폼 자율규제 논의를 총체적으로 감독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율규제 방안을 우선 실시하겠지만 이후에 제대로 계획이 실행되지 않거나 불공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추가 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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