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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권리가 없다고요? 저는 동물을 변호하는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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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권리가 없다고요? 저는 동물을 변호하는 변호사입니다"

입력
2023.05.23 04:30
수정
2023.05.23 09: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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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물건이 아니다' 출간한 박주연 변호사

박주연 변호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최근 출간한 책 '물건이 아니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박주연 변호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최근 출간한 책 '물건이 아니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변호(辯護).' 법정에서 검사의 공격으로부터 '피고인'의 이익을 옹호하는 일을 일컫는 법률 용어다. 사전적 정의부터 '인간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말 못 하는 동물 대신 변호하는 변호사가 있다고?

"동물과 인간의 생명이 다르다는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법연수원 수료를 몇 달 앞둔 2011년 어느 날, 살아 있는 새끼 돼지의 사지를 줄로 묶어 능지처참한 사진을 우연히 봤다. 예비 법조인의 머릿속엔 온갖 분노와 괴로움이 뒤엉켰다. 박주연 변호사(법무법인 방향)가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였다.

그가 최근 출간한 '물건이 아니다(글항아리 발행)'는 우리 사회 동물권의 현주소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동물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11년 만에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지난달 27일 시행)을 설명한다. 야생동물, 동물실험 등 동물을 둘러싼 이슈를 소개하고, 유기견을 입양하며 교외 전원주택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자신의 일상 이야기도 내어놓았다. 그는 채식주의자이기도 하다.

박주연 변호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박주연 변호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새 동물보호법은 전반적으로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어 좋게 평가해요. 반려동물 관련 영업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인간이 동물을 이용해온 데에 대한 반성 의식이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죠."

동물 학대, 유기, 안전사고를 막는 동시에 동물을 양육하거나 보호할 책임이 있는 자의 의무를 명확히 각인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동물을 물리적으로 학대하는 행위'가 아니고서야 학대의 인정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고 재발을 막기도 역부족이다. 학대 행위자로부터 동물을 격리해도 학대 행위자는 얼마든지 다른 동물을 키울 수 있다.

동물 관련 재판은 대부분 패소하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더뎌 이따금 감정적 소진에 빠질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권 확립에 의미 있는 변화도 만들어냈다. 2017년 쇠꼬챙이 도살 사건이 대표적. 한 농장주가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입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도살해왔는데 1, 2심 법원은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변호사는 해외의 동물권 변호사 단체의 도움을 받아 국제 협약 등을 참고한 의견서를 제출했고 전기 쇠꼬챙이로 감전시키는 것이 '잔인한 방법'인지가 쟁점이 됐다. 원심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은 동물보호법 위반 유죄 선고. 승리였다.

"예전에는 그다지 고려되지 않았던 '동물의 고통'으로 기준이 바뀌어 심리가 진행됐고, 이 방법이 개에게 극심한 고통을 야기한다는 것이 확인이 됐죠."

그가 버틸 수 있는 것은 함께하는 동료들 덕택. 박 변호사는 2017년 동물권 변호사 단체인 PNR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14명의 변호사와 1명의 생태학자가 소속돼 있다. 설악산 산양이 원고가 된 소송을 기획하기도 하고 현행법의 미비한 점을 보완한 법안의 법제화를 위해 함께 연구한다.

한국 대표 동물권 변호사지만, 동물권 이슈만을 다루진 못한다. 그것만으로 생계 유지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물의 권리를 확대히는 일이 '공익'에 복무하는 일이라 믿는다.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행복을 존중하는 태도는 이 사회의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나 안전한 먹거리와도 직결됩니다. 동물권 이슈는 오히려 인간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물건이 아니다' 표지. 글항아리 제공

'물건이 아니다' 표지. 글항아리 제공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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