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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에 류성룡 배향한 '남계서원'이 들어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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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에 류성룡 배향한 '남계서원'이 들어선 까닭

입력
2023.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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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묘부터 시작된 군위와 인연


군위군 군위읍 남계서원. 군위=김광원 기자

군위군 군위읍 남계서원. 군위=김광원 기자

경북 군위 오지산에는 류공작이라는 사람의 묘가 있다. 그의 묏자리는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힌다. 본래는 류공작의 아내인 연안 이씨 친정의 산소 자리였다. 그러나 이씨는 천하의 명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시댁으로 가져오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작고해 친정 식구들이 관을 묻으려고 땅을 파놓자, 밤새 물을 길어 부었다. 물이 흥건한 것을 본 가족들은 묘를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다른 곳을 썼다. 그러자 이씨는 친정 오빠에게 부탁해 그 묏자리를 시댁으로 가져왔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이씨는 자신이 가져 온 터에 묻혔다. 이후 남편인 류공작이 묻혔다.


류공작(柳公綽, 1481~1559)의 묘. 군위=김광원 기자

류공작(柳公綽, 1481~1559)의 묘. 군위=김광원 기자

친정에서 명당을 훔친 연안 이씨는 서애 류성룡의 할머니였다. 류성룡은 경북 의성에서 출생했고 말년에는 경북 안동에서 지냈다. 군위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 같지만 꽤 각별하다. 1607년, 류성룡은 이오봉과 함께 군위에서 향교의 터를 잡을 때, 풍수지리를 잘 아는 승려 성지를 보내 터를 보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군위 삼국유사면 화산마을에는 류성룡이 풍경에 취해 지었다는 칠언절구가 바위에 남겨져 있다. 류성룡을 배향한 남계서원도 빼놓을 수 없다. 1583년, 류성룡이 경상도관찰사로 있을 때 남계서당으로 건립됐다. 이후 1621년, 남계서원으로 승격됐다. 남계서원은 6.25전쟁 때 소실됐으나, 1991년 복원됐다.

남계서원의 자리도 특별하다. 서원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는 위천이 흐른다. 위천은 서원 바로 앞에서 방향을 틀지 않으면, 곧장 서원 문으로 들이닥칠 수 있는 자리다. 방향을 거슬러 흐르는 위천의 기세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반도의 강은 대개 동에서 서로, 북에서 남으로 흐르지만 군위를 가로지르는 위천은 남에서 북으로 거슬러 흐른다.

군위 군민들은 위천의 기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군위에 건설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도 위천 덕분이라고 믿는다. 한 주민은 "워낙 기세가 좋은 땅이라, 군위 사람들은 예부터 ‘쇳덩어리도 하늘로 띄우겠다’고 말해왔는데 말처럼 됐다”며 "이씨가 친정의 묘를 뺏어 썼을 만큼 군위는 대구와 경북의 경제를 융기시킬 명당"이라고 말했다.

군위는 '기세'와 관련된 설화가 풍부하다. 웅장한 팔공산을 품고 있고,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의 드높은 기세가 전설로 남아 있다. 몽골의 침략으로 나라의 기운이 쇠락했을 때, 민족의 기상이 드높아지길 소망하면서 붓을 잡았던 일연이 머물렀던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지역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재상과 인연이 있다.

또 다른 주민은 “드높은 기세가 담긴 설화와 역사가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을 샘솟게 한다”며 “인구소멸 지역이라 하지만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군위 위천수변테마파크의 랜드마크인 '사랑교'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교' 아래로 위천이 흐른다. 김광원 기자

관광객들이 군위 위천수변테마파크의 랜드마크인 '사랑교'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교' 아래로 위천이 흐른다. 김광원 기자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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