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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면…" 절박한 현장 목소리의 힘

입력
2023.05.16 18:00
수정
2023.05.16 18:4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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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텍스트의 벽을 넘는 이유

편집자주

단단히 연결된 우리를 꿈꿉니다. 독자, 콘텐츠, 뉴스룸이 더 친밀히 연결된 내일을 그려봅니다. 늘 독자를 떠올리며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일보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연결을 꿈꾸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꼭 붙든 한국일보 뉴스룸의 이야기, '연결리즘'에서 만나보세요.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신경외과 이시운(왼쪽 두 번째) 교수가 개두술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성남=홍인기 기자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신경외과 이시운(왼쪽 두 번째) 교수가 개두술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성남=홍인기 기자


차가운 회색 빛깔의 수술실 문이 열린다. 소독한 손은 위를 향해 들고 분주히 걸어 들어가는 푸른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 선생님. 그의 등 너머로 수술대에 여러 장비를 끼고 누운 5살 어린이 환자와 각자의 일로 분주한 수술 스태프들이 보인다. 이시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피곤해 보이는 어깨에 이내 힘이 들어가는 듯하다. 지난달 27일 ‘한국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COMA: 벼랑 끝 대한민국 의료’의 한 장면이다. 한국일보가 필수 의료의 공백 문제를 지적한 기획기사 ‘의사캐슬 3058’과 함께 제작해 공개했다.(→기사보기)

영상 속 장면이 바뀌고 카메라와 마주 앉은 이 교수. 그는 “올해 1월만 해도 고된 신경외과 의사의 길을 포기하려고 했었다”는 폭탄 발언을 담담히 꺼내 놓는다. 차분한 목소리지만 터져 나오는 한숨은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영상 말미에 이어진 인터뷰에선 옅은 미소가 번진다. 생명을 살리는 보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환자를 살리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고, 도움을 주는 일이 보람 있어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상에 담긴 그의 모습과 표정, 진솔한 목소리에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절박함과 보람이 그대로 와 닿는다.




숏폼이 난무하는 요즘 영상들과는 다르게 무려 18분이 넘는 긴 영상이지만 시청 조회수도 높고, 좋아요와 댓글 반응도 뜨겁다. "너무 좋네요. 이런 기획기사", "고맙습니다. 한국일보" 등의 칭찬과 함께 "터무니없이 낮은 보험의료수가가 현실화돼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가 시급하다” 같은 진지한 댓글도 줄을 잇는다. 해당 기획의 관련기사만 19편이라 영상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모으고, 자연스럽게 독자를 기사로 유도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영상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됐다는 평가다.

사실 영상은 텍스트가 다 담지 못하는 시청각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힘이 있다. 신문기자들은 늘 현장의 모습과 목소리를 최대한 입체적으로 묘사해 생동감을 살리고자 노력한다. 인터뷰 대상자의 말은 '의미가 윤색되지 않게' 문장에 담으려 애를 쓴다. 하지만 때론 글자라는 도구의 한계 때문에 그대로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어떨 땐 피부에 닿는 TV뉴스나 방송 다큐멘터리의 화면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미디어는 계속 변하고 있다. 과거 신문이 문 앞에 배달되던 시기에는 텍스트와 삽화, 이미지의 힘이 컸다. 텔레비전이 집집마다 생기면서 움직이는 화면과 소리, 음악, 목소리가 텍스트를 압도했다. 그러다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사람의 손에 쥐어지면서, 이제 주도권은 모바일로 넘어갔다. 뉴스도 텍스트에서, 영상,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따라 개인화하고, 다양화하며 모바일화 하고 있다.


2011년 한국일보 기자들이 팟캐스트 '시사난타H'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은 기자, 최진주 기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한국일보 기자들이 팟캐스트 '시사난타H'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은 기자, 최진주 기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는 늘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2011년 스마트폰 혁명과 함께 종합언론사 중 가장 먼저 ‘시사난타H’라는 팟캐스트 콘텐츠를 만들어 3년 가까이 운영했다. 지면에 텍스트만 눌러 담던 신문사가 오디오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당시에도 매우 큰 도전이었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가 도래하자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인기가 높은 영상 콘텐츠에 또 한 번 도전했다. ‘한국일보’, ‘프란’, ‘K-TREND’ 등의 영상 콘텐츠 채널을 만들고, PD 등 영상 제작 인력도 꾸준히 늘려 왔다.


지난 1월 한국일보 허경주 특파원(왼쪽 두번째)과 박고은PD가 미얀마의 한 지역에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미얀마 군부독재 정부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 등과 영상 인터뷰 하고 있다. 박PD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촬영을 하느라 미리 충전해 간 카메라 장비의 배터리를 아껴가며 어렵게 현장을 영상으로 담아 왔다"고 설명했다. 미얀마=박고은PD

지난 1월 한국일보 허경주 특파원(왼쪽 두번째)과 박고은PD가 미얀마의 한 지역에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미얀마 군부독재 정부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 등과 영상 인터뷰 하고 있다. 박PD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촬영을 하느라 미리 충전해 간 카메라 장비의 배터리를 아껴가며 어렵게 현장을 영상으로 담아 왔다"고 설명했다. 미얀마=박고은PD

덕분에 최근 한국일보 기사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멀티미디어 콘텐츠라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미얀마 쿠데타 2년을 맞아 특파원과 PD가 함께 미얀마 밀림 깊숙이 들어가 기사와 영상으로 현장을 담아 오기도 했고, 튀르키예 지진 현장을 취재했던 신은별 특파원은 기사를 쓰면서도 틈틈이 기사에 영상을 덧붙여 현장의 무거운 공기와 구조 순간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했다(→기사보기). 최근에는 한국일보의 디지털 실험 조직 'H랩'의 콘텐츠 ‘터치유’가 독자가 함께 들으며 명상 등을 해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랙티브 오디오 콘텐츠 ‘에코 라디오’를 격주로 발행 중이다. H랩의 또다른 대표 콘텐츠 '커리업'도 최근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업그레이드 됐다. 물론 3년째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집 공간 사람’과 MZ세대 뉴스 해설 콘텐츠 ‘h알파’도 꾸준히 단골 독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일보 연결리즘을 상징화한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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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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