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8년 된 캐논코리아 박정우 대표 인터뷰
유튜버 뜨면서 카메라는 저점 찍고 반등
복합기에는 각종 솔루션 추가하며 수익성↑
탄탄한 영업망 바탕으로 의료기기 사업 진출
태블릿, 스마트폰 시장이 확장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이 있다. 바로 복합기와 카메라다. 하지만 이 두 품목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캐논코리아는 해마다 2~3%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38년 동안 사업하면서 단 한 번도 월급이 끊기지 않았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시작된 외환위기 당시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말 취임한 박정우 대표도 1993년 롯데캐논으로 입사해 30년 동안 한 회사에서만 일할 정도다.
9일 서울 강남구 캐논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박 대표에게 복합기와 카메라 시장의 미래를 묻자 그는 대뜸 캐논코리아의 '2세 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는 대리점주들이 자녀에게 매장 경영을 물려주고 싶다는 요청이 꾸준히 들어와 아예 회사에서 이들에게 경영 교육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본의 캐논 본사에도 없는 독특한 내용이다. 자녀들은 1년 동안 강남 사옥으로 출근하면서 영업, 회계, 서비스 등을 혹독하게 배운다. 신입 영업 사원처럼 모르는 사무실에 무작정 들어가 명함을 주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벌써 30명 가까이 거쳐갔다"며 "부모가 봤을 때 대리점 운영이 비전이 없다면 자식에게 물려주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증가
페이퍼리스(paperless) 문화가 확산하고 2억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까지 나온 마당에 어떻게 성장이 가능할까. 박 대표는 "2010년대 초반엔 복사기를 1년에 15만 대 팔았는데 지난해 11만5,000대 나갔다"며 "판매량은 해마다 2~3%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2~3%씩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카드리더기, 문자인식(OCR) 기능, 보안 솔루션 등 여러 기능이 추가되면서 제품당 단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제품의 70% 이상을 장기 렌털로 판매하는 것도 수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게다가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 이후 꾸준히 축소됐지만 2년 전부터는 바닥을 쳤다. 박 대표는 "고급 스마트폰이 200만 원이 넘는데 성능이 훨씬 좋은 중급자용 카메라가 100만~150만 원 수준"이라며 "똑딱이로 불렸던 초급형 제품군은 없어졌지만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이 쓰는 중급자용 시장 수요는 빠르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복합기·카메라 사업 조직을 통합하면서 영업망 강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단 한 명의 인원 감축도 없었다.
안정적 사업 속 의료기기 등 신사업 가속화
캐논코리아는 안정적 사업 구조와 탄탄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지사 11개, 대리점 600개가 전국에 깔려 있고 병원부터 관공서까지 캐논 복사기 없는 곳이 없다"라며 "병원 소모품, 메디컬 장비 등은 기존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적극적이다. 캐논코리아는 사무기 업체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공장에는 800명이 일하고 있고 장애인 고용률도 정부에서 제시한 의무 비율인 3.1%를 훌쩍 넘어 10%에 달한다. 박 대표는 "파트너사, 총판 및 대리점, 협력사까지 하면 캐논코리아가 국내에서 고용 창출만 2만 명이 넘는다"며 "고객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고객의 바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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